"세례자 요한보다 더 큰 인물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하늘 나라에서는 가장 작은 이라도 그보다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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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례자 요한. 그의 모습에 대해 그렇게 좋지 않은 평가를 보내는 편입니다. 요한은 큰 사람입니다. 사제가 되기에 많은 영향을 준 인물이기도 하고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이상적인 사제상이 예수 그리스도가 아닌 세례자 요한임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예수님의 자리에 요한을 놓고 그의 삶을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것이라 말하는 일들도 자주 벌어집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요한을 많이 따르지만 그를 좋아한다고 말하지는 못합니다. 


 

그는 한 방향으로 모든 것을 가졌습니다. 그는 부모로부터 성전의 물줄기처럼 거룩함을 받았고 하느님의 기적으로 태어난 사람답게 그의 성장도 하느님과 함께 였습니다. 그러나 그의 곁에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당연히 그에게는 죄의 그림자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사람들의 두려움의 존재였고 존경받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그에게 그 점이 약점이 됩니다. 누구도 그처럼 살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는 늘 가르치기만 하는 존재였지 함께 있고 그래서 행복을 주는 사람이 되지 못했습니다. 


 

하늘나라가 만약 그와 같은 사람이 가는 곳이라면 사람들은 하늘나라를 상상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그와 같은 사람은 그 하나 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모두 거룩함을 그에게서 찾습니다. 성직자도 수도자도 그처럼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는 하느님을 생각하게 만드는 사람이었고 모두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말에서 나온 예수님의 모습조차 우리에게 잔상으로 남아 실제 예수님과 착각을 일으키곤 합니다. 


 

그런 그에 대해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하늘 나라에서는 가장 작은 이라도 그보다 더 크다."


 

그는 우리에게 메시아를 맞이하게 했고 하느님 앞에서 모두가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었지만 정작 그는 하늘나라에 대해서는 몰랐습니다. 또한 구세주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습니다. 그는사람으로서 최선을 다한 삶을 살았고 무죄한 사람으로서 또 무욕의 삶을 살았지만 정작 사람됨의 모습을 보이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예수님의 신발을 말했지만 그분이 죄인들 사이에 계실 줄은 짐작하지 못했습니다. 더욱이 그분의 머리에 물을 부어야 할 운명을 알지도 못했습니다. 


 

그의 삶은 충분히 훌륭했지만 그의 모범은 예수님의 가르침과 비슷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하늘나라를 우리 앞에 그려내지 못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몫은 충분히 했다지만 그럼에도 아쉬운 것은 그가 우리의 삶까지 망쳐버린 부분이 있다는 것이 아쉽기만 합니다. 


 

세상은 예수님이 오셨을 때도 그리고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했고, 온통 시선을 요한에게 빼앗겨 버렸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우리는 요한에게서 예수님을 찾습니다. 그러나 이 성탄에 우리는 마굿간에서 태어난 예수님을 찾아야 합니다. 거룩함을 찾아볼 수 없는 사람들의 대열 속에 마굿간으로 내 몰린 한 가정을 찾아내어야 합니다. 가해자 없는 세상. 그러나 사랑도 없는 세상은 무죄함을 주장하여 요한을 최고로 만들었지만 하늘나라에서 오신 구세주는 사랑이 필요함을 처음부터 보여주셨습니다. 


 

요한은 대단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그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내 모습도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어울리지도 않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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