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 작은 양 떼야, 두려워하지 마라.
너희 아버지께서는 그 나라를 너희에게 기꺼이 주기로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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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는 익숙한 복음을 듣습니다. "깨어 있으라"는 주님의 목소리를 알고 있는 우리는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행복하여라, 주인이 와서 볼 때에 깨어 있는 종들!"이란 표현을 들으며 생활해 왔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종의 처지가 깨어 있음과 주님의 심판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서도 이 종이 정말 기쁜 상태인지에 대해서는 그다지 생각하지 않습니다. 


 

종은 주인을 기다려 낮이나 밤이나 기다려야 하고, 그것은 때로 우리에게 지겨움이나 고통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기에 주님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밝은 듯 느껴집니다. 왜냐하면 그 종이 맞이할 주인은 종에게 그 수고에 시중으로 보상할 사람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이야기를 듣기 전 주님이 해 주신 또 다른 설명을 듣지 못하거나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예수님의 이 가르침이 시작되는 자리에는 다음과 같은 표현이 자리합니다. 
 

"너희들 작은 양 떼야, 두려워하지 마라. 너희 아버지께서는 그 나라를 너희에게 기꺼이 주기로 하셨다."


 

우리는 늘 하느님과 우리의 관계를 주인과 종으로 표현해왔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우리에게 주인이신 하느님이 우리에게 기꺼이 하늘 나라를 주시기로 이미 결정하셨음을 밝히십니다. 곧 이 주인은 종에게 자신의 세상을 주기로 하셨다는 것이고, 종의 기다림은 그런 주인을 기다리는 일이라는 것이 드러납니다. 내가 깨어 주인을 기다려 맞이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모든 것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 주인이 요구하는 것은 깨어 기다리는 것이고, 그 사이에 주인이 맡긴 일을 충실히 잘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예수님의 말씀은 기쁨에 찬듯 보입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자리를 바꾸어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늘 기다리는 종의 입장이었지만 만약 예수님의 말씀에 기준에서 보면 이 주인은 종을 보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오는 중이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종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주기로 결정했다는 것도 믿을 수 없는 큰 결정이지만 그것을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정하셨다는 것이 분명하다면 예수님의 가르침은 하느님의 사랑을 알고 우리의 삶의 태도와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는 가르침은 주님의 기쁨이기도 합니다. 


 

그런 하느님의 뜻을 아는 이는 그 뜻을 모른채 사는 사람들과는 결과는 같아도 해야 할 일과 역할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생각하는 것과 우리의 삶이 서로 연결되어 이루어진다고 말한다면 우리가 정말 하느님을 믿어서 기쁜지에 대해서는 힘 있게 말할 수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사람들은 하느님을 어려워하고 두려워하며 그분의 심판에 대해 수도 없는 경고성의 이야기를 듣고 살아온 것으로 보입니다. 


 

혹은 하느님의 백성들까지도 서로 비교하고 하느님의 은총을 견주며 시샘하거나 부러워하고 자괴감에 빠지거나 실망을 하곤 합니다. 이것은 주님의 말씀과는 전혀 다른 행동이고 하느님의 결정을 스스로 되돌릴 수밖에 없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주인이 오기를 기다리는 종.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개념에는 이것부터 좀 거슬릴 수도 있지만 이 둘 사이가 서로 완전한 신뢰와 사랑의 관계라면 우리의 생각은 그리 걱정스러울 일은 없다고 봅니다. 게다가 주인이 이미 종에게 모든 것을 주기로 결정했다면 말입니다. 그러나 종이 그 뜻을 모르거나, 혹은 잊었다면, 또 알지만 그래서 게으르고 거만하게 되었다면 그 종의 삶은 분명 행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미 주어진 구원에 합당한 종이 되기를 바랍니다. 더군다나 우리는 우리의 일을 아는 종들이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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