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사야 예언자가 말한 대로 ‘너희는 주님의 길을 곧게 내어라.’ 하고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다.”


 

99C795335E0C7BEA20D1DF


 

우리는 아직 성탄 시기 속에 있고 세례자 요한의 목소리가 말하는 것은 예수님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기억 속에 남겨진 것은 세례자 요한의 '자기 증언'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으로부터 세례자 요한이 엘리야라는 것을 듣게 되지만 요한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는 자신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던 듯 합니다. 곧 그는 그의 역할에만 집중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요한은 메시아를 증언하기 위해 파견되었습니다. 자신은 메시아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는 그는 자신도 모르는 분을 예언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자란 환경을 바탕으로 메시아를 생각합니다. 말씀은 하느님이 주시지만 그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의 문제는 요한도 마찬가지의 위치였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요한의 또 다른 증언을 통해 그 옛날 마굿간에서 태어나신 주님이 성인이 된 후에도 사람들 사이에 그대로 계셨음이 드러납니다. 세상이 구세주를 찾아 요한에게서 그 모습을 찾는 동안 예수님은 요한 조차 짐작할 수 없는 위치에서 우리와 너무도 똑같이 살고 계셨던 겁니다. 우리는 이 예언의 뒤를 알지만 요한은 몰랐고 그래서 우리는 예수님의 모든 것을 알지만 요한은 끝내 그것에 의문만 품은 채 죽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왜 메시아를 아직 다른 곳에서 찾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의 삶 안에 계신 주님을 애써 외면하는 듯 우리가 성당에서 바라보는 주님은 우리에게 생명의 빵을 주시는 탁자이거나 혹은 십자가에 달린 빈몸의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그분은 결국 우리가 말하는 '성공'과는 거리가 멀었고 그래서 어떤 이의 눈에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것이 비참한 삶에 안주하는 것이거나 혹은 권력자들이 가난한 이들을 주저 앉히기 위해 이용하기 좋은 소재 등으로 이용되지만 그러나 결국 진실은 바뀌지 않습니다. 


 

예수님은 그렇게 우리의 근본을 바꾸려 하셨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먼 미래에 실현 가능한 가치가 아니라 지금 세상이 보지 못하는 현실의 삶이 하느님의 뜻으로 바뀌는 것입니다. 그것이 죄 이후의 사죄가 아니라 죄를 극복하는 하느님의 모상이 되는 성령의 세례입니다. 


 

요한은 모두가 잘못된 길에서 멈추도록 우리에게 울림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에게 숨겨져 있었던 메시아의 성령의 세례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우리의 삶은 그렇게 하느님의 축복과기쁜 소식으로 가득차고 있었습니다. 


 

울림은 우리에게도 소중합니다. 그리고 그 울림은 아직도 계속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그 울림에 멈추고 돌아서서 하느님을 향해야 합니다. 그리스도의 삶을 바로 이해하고 살아가는 것은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의 문제이고 그 노력은 결실을 이루어야 하는 과정이 아닌 지금 가능한 실천의 문제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31 2020년 9월 4일 연중 제22주간 금요일 별지기 2020.09.04 2
330 2020년 9월 3일 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 기념일 별지기 2020.09.04 1
329 2020년 9월 2일 연중 제22주간 화요일 별지기 2020.09.02 0
328 2020년 9월 1일 연중 제22주간 월요일 별지기 2020.09.02 0
327 2020년 8월 31일 연중 제22주간 월요일 별지기 2020.08.31 5
326 2020년 8월 30일 연중 제22주일 별지기 2020.08.31 2
325 2020년 8월 29일 성 요한 세례자 수난 기념일 별지기 2020.08.24 6
324 2020년 8월 28일 성 아우구스티노 주교 학자 기념일 별지기 2020.08.24 2
323 2020년 8월 27일 성녀 모니카 기념일 별지기 2020.08.24 2
322 2020년 8월 26일 연중 제21주간 수요일 별지기 2020.08.24 1
321 2020년 8월 25일 연중 제21주간 화요일 별지기 2020.08.24 1
320 2020년 8월 24일 성 바르톨로메오 사도 축일 별지기 2020.08.24 0
319 2020년 8월 23일 연중 제21주일 별지기 2020.08.24 0
318 2020년 8월 22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 모후 기념일 별지기 2020.08.24 0
317 2020년 8월 21일 성 비오 10세 교황 기념일 별지기 2020.08.21 0
316 2020년 8월 20일 성 베르나르도 아빠스 학자 기념일 별지기 2020.08.21 0
315 2020년 8월 19일 연중 제20주간 수요일 별지기 2020.08.21 0
314 2020년 8월 18일 연중 제20주간 화요일 별지기 2020.08.21 0
313 2020년 8월 17일 연중 제20주간 월요일 별지기 2020.08.21 0
312 2020년 8월 16일 연중 제20주일 별지기 2020.08.21 0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9 Next
/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