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보고 믿었다."
예수님의 '사랑받은 제자'로 알려진 요한의 축일입니다. 그가 순교했는지 아니면 끝까지 생을 다 살아 하느님께 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는 주님의 사랑받는 제자일뿐 아니라 어머니 마리아를 모신 또 다른 아들이자 우리에게 예수님에 관한 이야기를 가장 잘 전해준 인물입니다. 그의 이름을 딴 요한복음은 예수님의 생애보다 예수님이 우리에게 어떤 분이셨는지를 알려주려 애를 썼고 우리가 하느님의 아들이자 말씀이신 하느님으로 예수님을 알 수 있게 해 준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신앙이 늘 보지 않고도 믿는 '믿음'을 이야기하지만 실제 우리는 보고서야 믿는 '늦은 믿음'임을 보여준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는 늘 예수님 곁에 있었고 예수님의 모든 가르침과 일들을 눈으로 보고 귀로 들었으며 걸음으로 그 길을 뒤따랐습니다. 그리고 그의 기억과 또 그를 통해 하느님이 보여주신 이야기들로 우리를 예수님에게 가깝게 있게 하였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의 현장을 먼저 본 제자였고 멀리 서 배를 보시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바로 알아본 제자 또한 요한이었습니다.
보고 믿음은 우리의 약한 믿음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하느님은 언제나 우리가 볼 수 있도록 해 주시고 들려 주신다는 것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늦어도 하느님께는 전혀 늦지 않았음을, 우리가 그리스도의 부활과 승천 이후에 바로 하늘나라의 복음을 전하지 못한 겁쟁이었음에도 결국 그 일을 그리스도의 자리에서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었음도 이 늦은 믿음의 가치가 결코 소홀하거나 부족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우리에게 하느님은 늘 먼저 믿고 우리를 끝까지 믿어주심을 보여주셨지만 우리는 늘 뒤늦게 보고서야 믿는 방법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에겐 열린 하느님의 품이 있고 그분의 믿음이 있어서 늦었다가 아니라 '언제든지'라는 희망과 기쁨이 있습니다.
우리에게 '세상을 다스리라'하신 그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와 함께 사셨고 우리는 그분으로부터 모든 것을 보고 듣고 알 수 있게 된 것. 그 모든 비밀을 지닌 이 작은 제자의 삶이 내심 부럽고 고마운 시간입니다.
본 것에 고개를 돌리고 그것을 성당 안에만 묻어 두려는 변명으로 일관된 세상 살이를 좀 바꾸어야 할텐데... 요한의 축일에 서품식을 앞두고 많은 생각이 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