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을 그냥 놓아두어라. 나에게 오는 것을 막지 마라.
사실 하늘 나라는 이 어린이들과 같은 사람들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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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기억하는 숫자는 다르지만 성당에 주일학교를 보면 이미 20년 째 계속되는 질문입니다. 주일학교의 현재는 학생들의 부족으로 인한 교회 신자의 급속한 고령화가 현실이 되었고 사목의 방향도 바뀐지 한참을 지나있습니다. 


 

세상이 말하는 출산률을 기대어 설명하기에도 이 현상은 훨씬 이전부터 생겨났고 우리의 고민이었습니다. 변화는 있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실제 우리가 겪는 이 변화들은 결코 사회적 흐름과 연관을 가지는 정도는 아닙니다. 교회는 어린이와 같은 이들이 사라졌고 그나마 남은 친구들도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면 이후 10년 이후에는 짐작하기 비참할 정도로 적을 것이 분명합니다. 


 

물론 교회는 어떻게든 젊은 이들을 끌어 모아 세례를 주는 식으로 유지를 위해 안간힘을 쓰겠지만 어려서부터 성당을 다닌 이들은 거의 남아있지 않을 겁니다.  소위 '성당 아이'로 불렸던 이들의 교회는 사라져 가고, 삶의 고민과 선택을 거쳐 신앙을 가진 이들이 차지하는 교회가 되었습니다. 



 

이제 아이들의 부모의 나이가 되어 바라보는 우리의 모습은 어린 아이들이 성당에 나오는 것에 대해 '나무라고', '손사래를 치는' 일들이 많다는 것을 봅니다. 어떤 이들은 '교육이 문제'라고 말하지만 진짜 문제는 '아이의 신앙'을 인정하지 않는, 그저 성당에 출석하는 것만 신앙생활로 여기는 어른들과 교육을 책임졌던 이들의 사고에 있음을 봅니다. 


 

성당에 나와 처음 성호를 긋게 되는 유치부부터 아이들은 모두 하느님의 사랑의 아이들이고, 그들의 모아진 손으로부터 전해지는 기도는 온전한 어른의 것과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경험한 세상과 지식이 부족하고 그래서 판단의 내용이 한정적이라 말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이들의 사랑과 마음이 부족하다고 말할 이유는 없습니다. 오히려 하느님의 말씀의 실천은 이 때부터 시작되어야 하고  그 몫의 일차적인 부분은 부모와 대부모에 있지만 교회는 이들을 만나는 주일학교에서부터 교육의 가치를 이해하고 시작해야 합니다. 


 

우리가 하는 교육은 '지식'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어린이가 부모에게 받는 영향은 분명 '지식'이지만 그렇게 표현하지 않는 것처럼 주일학교에서부터 그리스도인의 사고와 삶을 형성하는 것은 그 인생과 세상의 모습을 결정짓는 곧 하늘나라의 복음이 전해지는 결정적인 지점이 됩니다. 


 

이미 놀라운 비율로 주일학교가 존재하지 않거나 겨우 겨우 유지하는 현실에서 이런 인식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그럼에도 아이는 지금도 태어나고 자라나며 교회 밖에서 하느님의 자녀인 부모에게서 하느님을 모른채 사회에서 싸움과 투쟁, 그리고 그나마의 양심에 따른 삶을 보내고 있음을 안다면 우리는 당장 돌아서는 '회개'의 태도가 필요합니다. 


 

우리의 교리는 '삶'에 초점이 맞춰져야 하고, 그것은 아이들이 마주한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가 적응과 경쟁의 몫을 하느님의 은총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사랑하고 사람의 고귀함을 지닌채로 이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판단하는 마음을 키워주고 어떤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선함과 정의로운 의식으로 자라나게 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요즘 미사의 기쁨이 한층 더 깊어지는 것은 첫영성체를 끝내고 복사를 서겠다고 평일에도 맨 앞줄에서 미사를 드리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리기 때문입니다. 성당에서 아이들이 사라지고 그 아이들의 시간표에 맞추어 복사단이 겨우 유지되는 처지이지만 어린이는 여전히 하느님께 가장 어울리는 사람의 모습입니다. 데려와도 가르칠 수 없는 성당, 인정하지 않는 어른들은 여전하지만 그럼에도 이 곳은 그들을 위해 언제나 열려있는 마당과 축복의 자리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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