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지 나를 섬기려면 나를 따라야 한다.”
묵상 듣기 : https://youtu.be/Ed-glGnMpYE
밀알은 우리가 아는 우리의 삶에 가장 흔하게 만나는 음식 재료의 열매이자 씨앗입니다. 그 밀알 하나의 가치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예수님의 비유 속 등장하는 하늘나라의 소재가 그렇듯 그 하나가 수많은 열매를 맺는 대표적인 곡식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씨앗이 다시 열매를 얻기 위해서는 그 자신의 딱딱함을 포기하고 땅에 자신을 열어야 합니다. 이를 “죽음”으로 표현하시는 예수님을 오늘 복음에서 만납니다. 그리고 주님은 당신을 따르는 이가 걸어야 할 길이 바로 이 밀알의 길이라 하십니다.
세상에서 죽음이란 단어 앞에 긍정의 미소를 띌 수 있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주님의 생애를 생각하면 이 죽음이라는 것이 꼭 어둡고 고통스러우며 힘겨운 것만은 아님을 알게 됩니다.
주님의 생애에서 만나는 죽음은 십자가만이 아닙니다. 그것은 오직 세상을 위해 당신의 모든 것을 다 하시는 주님과 주님 곁의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행복을 볼 수 있습니다. 주님은 죽음으로 그 사랑의 크기를 보여주셨지만 당신의 모든 삶은 죽음의 삶이었고, 그 죽음을 통해 우리는 행복했고, 또 행복의 열쇠를 얻었습니다.
우리에게 밀알이 되신 주님은 우리를 당신의 열매로 얻으셨고 그것은 죽기까지 사랑하셨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누군가를 위해 죽기를 각오하고 살아가는 사랑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밀알의 의미를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이 죽음은 흉내나 각오에 멈추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소진하며 누군가를 살리려 하는 그런 이의 즐거운 고생과 기쁨의 희생입니다.
주님은 밀알과 같은 이에게 당신이 함께 하시리라 이야기하십니다. 그리스도와 함께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은 주님이 이미 우리와 함께 하신다는 사실을 압니다. 그래서 우리 앞에 놓인 모든 상황과 사람들은 이 죽음의 대상들이라는 것도 압니다.
마치 죽으려 사는 듯한 사람. 그렇게 사람과 세상을 사랑하고 어떤 것도 거침이 없는 사람으로 사는 이에게서 하느님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이가 보여주는 세상이 바로 하늘나라고 주님과 우리가 만나는 곳의 모습입니다.
밀알 하나의 죽음. 죽음이 담고 있는 가장 깊은 의미를 담은 주님을 닮은 가장 중요한 씨앗의 이름입니다. 그리고 이 이름이 바로 우리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