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마을로는 들어가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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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예수님의 기적이 이어집니다. 오늘은 눈먼 이가 눈을 뜨는 놀라운 기적입니다. 그리고 오늘 기적 이야기는 시작은 있지만 결론이 감추어진 이야기가 됩니다. 사람들은 이 기적이 일어났는지 확인 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예수님의 의도는 그랬습니다. 


 

복음의 시작은 예수님이 만드신 사람들의 변화와 마찬가지입니다. 


 

그때에 예수님과 제자들은 벳사이다로 갔다. 그런데 사람들이 눈먼 이를 예수님께 데리고 와서는 그에게 손을 대어 주십사고 청하였다. 


 

사람들이 데려온 눈먼 사람에게 사람들은 그의 눈을 뜨게 해 주십사고 청합니다. 물론 이런 일은 이 사람에게도 가장 필요한 일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다른 때와 달리 그를 사람들에게서 분리시키십니다. 


 

그분께서는 그 눈먼 이의 손을 잡아 마을 밖으로 데리고 나가셔서, 그의 두 눈에 침을 바르시고 그에게 손을 얹으신 다음, “무엇이 보이느냐?” 하고 물으셨다. 그는 앞을 쳐다보며, “사람들이 보입니다. 그런데 걸어 다니는 나무처럼 보입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분께서 다시 그의 두 눈에 손을 얹으시니 그가 똑똑히 보게 되었다. 그는 시력이 회복되어 모든 것을 뚜렷이 보게 된 것이다. 


 

예수님이 왜 그렇게 하셨는지는 잘 알지 못합니다. 그런데 한가지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그 후에 예수님이 이 사람과 직접 대화를 하신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언젠가 농아인에게 하신 것과 비슷한 행동을 하십니다. 아무것도 볼 수 없는 그에게 먼저 침으로 그의 닫힌 두 눈을 만지시고 그에게 하실 일을 그가 직접 느끼도록 말 이전 손길로 대화를 시작하십니다. 


 

두 번의 행동을 통한 시력의 회복이 있었고 그것은 분명한 기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기적은 그를 데려온 사람들이 확인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그와 예수님 둘만 있는 자리에서 일어난 이 기적의 마무리는 예수님의 말씀이 전부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를 집으로 보내시면서 말씀하셨다. “저 마을로는 들어가지 마라.” 


 

그 마을에는 그를 데려온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고 그를 기다리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들이 보고 싶은 것은 장애가 사라지고 온전하게 되는 기적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기적을 하시고도 그 기적을 보지 못하게 하신 셈입니다. 그 이유를 짐작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예수님에게 아픈 이를 데리고 온 사람들의 의도를 부정적으로 읽어보는 것은 그리 유쾌한 일은 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확실한 것만 생각한다면 예수님은 이 세상에 기적을 행하시러 오신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필요한 것을 주시되 사랑으로 하시고 그 사랑을 끝까지 지켜 주시는 것이 예수님의 방식입니다. 지금 우리는 그 조차도 모두 읽어서 알고 있지만 그것이 주님의 의도가 아니라는 것조차 우리는 읽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 마을에 들어가면 그는 자신의 어려웠던 인생과 갑자기 좋아진 자신의 모습을 구경거리로 만들어 버리는 일을 경험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는 하느님의 생명의 물로 먼저 하느님의 은총을 받았고 예수님의 목소리로 세상을 보려 눈을 다시 떠보려 하셨고, 이내 따듯한 손길을 느끼며 세상을 환하게 보았으나 사람들은 예수님의 능력의 증거로 그를 대했을 것입니다. 


 

우리의 가벼운 입을 생각한다면 예수님의 말씀을 그가 잘 지켰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에게 주님은 사랑이셨고 그가 만약 그 마을을 피해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면 그는 되찾은 인생의 주인공이 되었을 것입니다. 사실 그에게 주어진 기적은 그래서 지켜졌어야 하는 비밀인 셈입니다. 


 

드러내는 것이 모두 복음 선포는 아닐 수 있습니다. 오히려 주님이 우리에게 주신 사랑을 잘 기억하고 간직하며 모든 이에게 주님처럼 사랑하는 것이 주님이 우리에게 바라시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주님의 모습을 잘 기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도 그분처럼 사랑해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우리가 사랑한 한 사람이 세상을 행복하게 사는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 이상의 욕심을 부리지 않도록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주님의 은총을 받았다고 생각하다면 더욱 그래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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