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탄아, 내게서 물러가라.
너는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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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예수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예수님은 물으십니다. 제자들이 들려준 이야기는 일치되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것은 하나 같이 하느님으로부터 온 사람이라는 것이지만 그 누구도 예수님을 그분 자체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자신들이 아는 누군가 유명한 사람들의 이름만 허공에 뿌려집니다. 


 

달리 말하면 예수님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나 누구인지 모르는' 존재였다는 이야기입니다. 하느님의 뜻을 전하고 하느님 마음에 드는 삶을 살지만 사람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예수님의 모습은 우리처럼 그분만 찾는 그리고 그분의 이름에 구원의 모든 것이 달렸다고 생각하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그런 상황에 예수님이 제자들의 생각을 물었을 때 제자들은 예수님 곁에 머물며 살던 이들이었기에 그 대답이 예수 그리스도를 바로 향합니다. 
 

“스승님은 그리스도이십니다.”


 

눈 앞에 있는 평범한 사람. 그를 하느님께서 기름부어 축성하신 분으로 알아보는 것은 제자들만의 기쁨이었습니다. 그들은 이 모든 것이 하느님이 직접 하신 일임을 스승과 함께 보내며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우리 안에 오신 하느님은 끝까지 그것을 드러내지 않으려 하십니다. 그리고 세상이 당신을 여전히 어두운 눈으로 대하는 것을 그대로 두시길 원하십니다. 그렇게 세상은 하느님 앞에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그 일어날 일보다 그리스도가 더 소중하다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이 앞으로 일어날 일을 이야기하셨을 때 그분을 막아섭니다. 스승의 입장에서는 당연하고 고마운제자의 등장입니다. 이런 제자가 있어서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리라 생각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행복한 일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전에 없던 단호함과 냉정한 말씀으로 베드로를 그 자리에 얼어버리게 하십니다. 


 

“사탄아, 내게서 물러가라. 너는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구나.”


 

하느님의 일을 한다는 것. 그것은 어떨때 상황을 알면서도 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다른 방법을 사용하면 좀 더 효율적이고 좋은 것이 있을 듯 한데. 그것을 고려하지 않으면 나에게 손해가 될지도 모를 일들이 많습니다. 그것을 나름 열심히 할 수록 몸은 축나고 사람들은 귀찮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평판은 나빠질 수밖에 없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그 일을 해야 하는가를 두고 고민에 빠질 수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사람들이 하느님 앞에 와 있는 이유가 의심스러울 때도 있지만 그들이 좋아하는 방향으로 움직여 주는 것이 여러모로 좋을 때 이 판단이 개인적인 것인지 아니면 사제로 하는 것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며 헛갈리게 만들어 버립니다. 사실 그래서는 안되지만 그러기 위해 그런 고민을 일부러 만드는 것 같기도 합니다. 
 

지나고 보면 사람들에게 자신을 지키며 동시에 사람들을 위해 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럼에도 매일같이 그런 고민을 만들어 내는 자신을 보면 한탄스럽기도 합니다. 사제가 자신의 행복을 기준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간다는 것. 사제가 행복해야 교우가 행복하고 사제가 건강해야 교우들을 살필 수 있다는 말로 교우들을 위하는 것처럼 자신을 보호하려 할 때 우리는 사탄일지언정 고마운 자신을 두둔하고 마는 결과를 앞에 두고 시야를 넓히지 못합니다. 


 

그런 사탄이 도처에서 나를 위해 주고 있는 현실에서 선택해야 할 길은 명확한데도 손을 뻗거나 걷지 못하는 모습은 참 안타깝습니다. 차라리 예수님처럼 호통이 필요한데 누구도 그렇게 호통치지 않습니다. 결국 나에게 내가 사탄을 말해야 하는 비극이 또 벌어질 겁니다. 나는 그리스도에게서 왔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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