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저들을 굶겨서 집으로 돌려보내면 길에서 쓰러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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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명", "오천명" 이 숫자들은 모두 주님이 나누신 빵을 먹은 사람들의 숫자입니다. 복음을 바라보는 이들에게 이 숫자는 주님의 능력으로 표현되곤 합니다. 그 많은 사람들을 먹이셨으니 주님의 능력은 대단하시다. 그리고 그 사람들에게 아주 작은 것으로 나누셨으니 그 나눔이 성체성사와 같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당연히 이 기적이 주님의 수많은 기적 중 대표적인 것이 됩니다. 


 

그런데 우리가 고려하지 않고 생각하지 않는 것 하나는 '주님이 왜 이 기적을 하셨을까?'하는 문제입니다. 이 기적이 일어난 이유는 무엇 때문이었을까요? 생각해보면 이 기적이 놀랍긴 해도 주님에게 어떤 기적이 한계일리 없으니 실제 우리가 기적에 대해 생각할 때 그 숫자들은 고려할 바가 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일어났을 수 있는 일이니 말입니다. 


 

그렇다면 진짜 이 기적이 일어난 이유는 무엇입니까? 사람들이 아우성을 쳤을까요? 아닙니다. 그들은 사막에 고립되었던 이스라엘 백성들처럼 하느님께 원망하며 자신들의 처지를 비관한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이 기적이 일어난 이유는 의외로 단순합니다. 


 

"내가 저들을 굶겨서 집으로 돌려보내면 길에서 쓰러질 것이다."


 

이 기적은 전적으로 주님의 마음에서 생겨난 기적입니다. 그 시작은 몇일을 주님을 따라 온 사람들의 처지를 보신 주님의 눈이며 그들을 돌려 보내시려 할 때 걱정되셨던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가진 것이 얼마 없다는 것과 사람들의 엄청난 숫자는 적어도 주님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현실적인 조건을 말한 제자들의 이야기를 들은 채 하지 않으신 주님의 행동은 이미 그들을 걱정하심이 그런 조건들을 넘어서 있었다는 것을 뜻합니다. 남은 일곱 바구니 역시 그 자리에 누가 있었더라도 배불리 먹을 수 있었음을 말합니다. 


 

우리가 봐야 하는 것은 빵이 아니라 주님의 마음입니다. 조건을 넘어서는 무한대의 능력이 아니라 누군가의 허기짐을 걱정하는 마음이면 충분합니다. 사랑은 거기서부터 시작되고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기적을 행하는 사람이 아니니 우리가 가진 것을 나누면 됩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누군가의 허기짐을 미리 걱정하고 행동할 자세가 있는지 먼저 살펴볼 일입니다. 우리가 주님의 말씀을 듣고 믿음을 가진다는 것은 이런 하느님을 아느냐의 차이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에서 이루어진 사랑을 보며 능력을 말하고 한계를 논하는 것은 어리석은 것입니다. 주님은 우리에게 오천명을 먹일 수 있는 기적을 이루는 믿음을 요구하시는 것이 아니라 허기진 이를 쓰러지지 않게 도울 수 있는 마음과 할 수 있는대로 노력하는 우리의 삶을 바라시는 것입니다. 그것이 하느님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는 일입니다.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하고 쳐든 손에 들린 성체가 그렇게 우리에게 오게 된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 생명의 빵을 먹은 이들은 그 몫을 자신의 마음과 행동에서 이루어야 합니다. 우리는어쩌면 저 바구니에 남았던 빵일 수 있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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