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겁을 내느냐?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
예상치 못한 위기에 쳐했을 때 우리는 판단력을 잃어버립니다. 상황에서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를 판단조차 못하게 될 때 우리는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삶이 하느님 안에 놓여 있음을 잊어 버립니다. 그리고 아무런 일도 하지 않으시는 하느님을 탓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다시 하느님을 찾게 되는 일은 그 일이 잠잠해 진 후가 대부분이고 어떤 경우에는 그 혼란으로 하늼의 손을 놓아 버리는 일들도 벌어집니다.
복음 속의 상황을 좀 더 깊이 들여다 봅시다. 저녁이 된 시각 호수를 건너가자 말씀하시는 예수님의 말씀은 제자들과 그 배를 어둠 속으로 밀어 넣습니다. 어둠 속 경험에 의지해서 방향을 정해야 하는 제자들은 바다처럼 넓고 앞도 보이지 않는 물 속에 들어섭니다.
바람이 불고 풍랑이 일어나면 그 바람의 방향이 어느 쪽에서 부는지도 알 수 없게 됩니다. 당연히 배가 향하는 방향이 맞는지 어떤지도 알 수 없게 됩니다. 그 속에 주님은 주무시고 계십니다. 제자들은 배를 지키는 것으로 모든 것을 붙들고 있습니다. 그들이 지금 누구와 함께 있는지도 생각할 겨를이 없었고 바람이 그치고 물살이 잠잠해지기만 기다려야 하는 죽음 앞에 내 몰린 상황에 있습니다.
물까지 들어차 있는 상황 그 모든 상황에서 움직이지 않고 고요한 것은 오직 하나 주님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제자들은 주님을 잠에서 깨웁니다.
“스승님, 저희가 죽게 되었는데도 걱정되지 않으십니까?”
주님이 일어나시며 모두가 깨어나게 됩니다. 바람은 불고 물살은 밀어 닥치고 물로 가득한 배는 가라앉을 지경인 배에서 주님은 당신으로부터 소란한 모든 것을 조용히 시키십니다.
“잠잠해져라. 조용히 하여라!”
일어난 기적을 생각하며 예수님의 능력에 감탄해야 할 때 제자들에게 주어진 예수님의 말씀은 가혹하게 들립니다.
“왜 겁을 내느냐?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
일어난 초자연적인 기적으로 이 말씀을 생각하면 예수님의 능력에 대한 불신을 나무라신 것으로 들리지만 그들을 믿고 배에 올라 주무신 예수님을 생각하면 그들에게 부족했던 믿음은 이 배는 호수를 건너가게 정해졌다는 것과 어떤 시련이 있어도 그것을 잊어버리지 말고 최선을 다했어야 한다는 것을 뜻함을 알 수 있습니다. 제자들이 들이닥치는 위기에 주님만 믿고 행복하게 호수를 건널 수는 없었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가야 할 길을 잊어버린 것은 그리고 주님을 자신을 버리는 분으로 몰아세웠음은 예수님의 노여움을 사고 말았습니다. 예수님께서 화가 나신 것은 그분의 믿음을 제자들이 깨닫지 못하고 있음 때문인 듯 합니다.
많은 경우 주님을 믿음으로서 인생에 있어서 풍파가 없기를 바라는 우리들입니다. 그러나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는 시간과 환경 속에서 우리가 모두 다른 상황에 놓여 다른 모습으로 세상을 산다는 것을 알아들어야 합니다. 사람들의 위기 속에 우리는 함께 있고 그 속에서 하느님의 뜻을 따라 살아가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늘 밝은 세상에만 살 거라고, 또 그곳에는 거센 바람이 불지 않으리라고, 파도도 없으리라고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이 호수를 건너가야 한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주님과 함께라는 사실을 잊지 않고 살아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세상은 생각보다 많이 어둡고 사방에서 바람이 불고 물이 들이칩니다. 거의 가라앉을 지경에도호수를 건너갈 수 있음을 믿어야 합니다. 그렇게 애를 쓰고 해가 밝을 때 우리가 탄 이 배가 호수를 건넜다면 우리는 주님과 분명 새로운 땅에서 웃으며 하느님의 뜻을 살아가는 중일 겁니다.
그러므로 겁을 내지 말고 믿어 봅시다. 이 인생은 배는 주님이 믿고 주무실만큼 강하고 튼튼하니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