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법 학자들과 달리 권위를 가지고 가르치셨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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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가 되고 처음 맞이한 모든 시간들은 '낯설음'이라는 단어의 생생한 느낌 그대로였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모든 것은 처음해보는 것이었고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었습니다. 말을 하지만 힘이 없는 것은 실제 그 말에 '책임을 지느냐'의 문제보다 '내가 그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인가?'라는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이 말이 맞는지 틀린지도 모르겠고 그래서 주석서를 찾아보고 다른 이들의 강론을 찾아보며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지금도 누군가는 이런 고민들을 하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스스로의 결론을 내리고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이 익숙해지고 말도 그에 따라 일정한 방향을 잡을 겁니다. '잘 하는 말'은 힘이 없습니다. 아는 것이 많은 것과 말을 잘 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지만 그렇다고 아는 것이 없는 것보다는 아는 것이 많은 것이 낳습니다. 그런데 그 아는 것이 때로 병이 될 때가 있습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말은 내 생각을 전하는 것 뿐 아니라 듣는 사람들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면 지식보다는 사람들이 이해하기 쉬운 말이 더 낳겠다는 또 다른 고민도 하게 됩니다. 아직도 이런 고민 속에 방황하거나 한 쪽으로 길을 정한 사람들에게 이 '말'의 문제는 계속될 것입니다. 


 

그러나 정작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이 '말'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가 자신의 말에 자신이 없을 때도 또 그 말에 자신감을 가질 때도 사실 이 말은 모든 것의 '시작'에 불과할 뿐입니다. 우리는 '사는 만큼' 말하는 존재도 아니기에 부족하다고 말을 그쳐서는 안됩니다. 우리는 믿는바를 말하고 말하는 것을 따라 살아야 할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아는 것은 우리가 사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하느님의 뜻을 알고 믿는 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것입니다. 


 

예수님이 안식일에 회당에서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하실 때 사람들은 '권위' 곧 그 말의 '무게'를 느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그 무게가 비교하는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율법학자'들이었습니다. 예수님이 그들을 '위선자'라고 부른 이유는 그들은 말은 하되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그 자리를 지키고 지식을 지켜온 이들은 결국 그 말을 어렵게 만들어 버립니다. 누구도 그 말을 이해할 수 없는 듯 만들고 율법을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일정한 수준 아래의 사람들로 사람들을 몰아세웁니다. 


 

곧 율법 아래의 사람들의 대부분은 율법 아래 죄인일 수밖에 없고, 믿음이 간절해져도 기쁘기 보다 눈물이나 애절함이 가득한 삶을 살게 마련입니다. 이 말은 그 때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도 마찬가지라서 하는 이야기입니다. 


 

말씀의 권위는 결국 말에서 자신의 삶 속에 살아계신 하느님을 느끼게 하느냐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말을 하든, 듣든 같은 가르침 안에서 살고 그것으로 기쁨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삶이 가능한 말씀. 그리고 그 말씀을 담은 복음. 그리고 그 말을 함께 살아가는 이의 말이 우리에게 권위를 가져올 것입니다. 


 

우리가 말하는 신앙적인 언어는 어떤 것은 이미 너무 어려워져 있고, 또 어떤 것은 가려져 있으며, 묻혀버린 것도 있을 듯 합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사람들에게 전해진 하느님의 말씀이므로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할 이유도 또 그렇게 전해진 것도 없음을 먼저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모든 변화는 이유와 곡절이 있지만 적어도 하느님이 사람들과 멀어지게 만드는 것이라면 그것이 좋을리도 옳을리도 없음은 분명합니다. 


 

그것을 이해하는 이들만 모여들어 권위를 논한다면 더더욱 그리스도의 가치는 아닌 것이 분명합니다. 오늘도 고민하는 어느 하늘 아래 사제에게 힘을 내시라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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