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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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교에 다니며 처음으로 논문이라는 것을 썼을 때, 머리와 가슴 속을 채우고 있었던 주제는 '현장'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한 신학이 집중한 현재에 대한 고민과 성찰 그리고 실천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떄부터 지금까지 늘 생각하는 것은 '지금'과 '여기' 그리고 그곳에서 '무엇을', '어떻게'입니다. 


 

세상에 새로운 것은 없다는 것을 이미 알지만 그럼에도 늘 우리의 시간에는 그 때에 필요한 가치와 꼭 살려내어야 할 실천이 존재합니다. 물론 그 실천에 따라 우리의 삶은 좌우되고 변화를 겪게 됩니다. 반대로 그에 대한 생각들은 아무리 높이 쌓여도 실천이 없이는 그 말의 힘을 잃어 결국 실천의 실효성조차 무시하고 그 시간과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희망 고문'등이 바로 그 내용입니다. 


 

'옳은 것은 알지만 현실은 다르다.' 맞는 생각이지만 현장은 다르다' 등등의 이야기들이 우리를 현실에 순응시키고 적응시키며 결국 원론조차 틀린 것으로 만들어 버리기 일쑤입니다. 사실 모두가 무엇이 중요한지 알지만 누구도 한 발자국도 나서지 않는 삶이란 없는 이론과 신학이 판치는 시끄러운 소음의 자리가 되고 맙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공생활은 우리와 달랐습니다. 그분의 지식은 늘 실제였고 목소리는 그분의 삶이었습니다. 고향에 돌아오신 주님이 펼쳐든 두루마리는 예전부터 그 회당에서 읽혀졌던 내용입니다. 하느님의 뜻이 그러하다는 것이 사람들의 귀에 오랜동안 들렸습니다. 그러나 누구도 반박하지 않지만 실제하지도 않았던 하느님의 말씀이었습니다. 결국 실제하지 않는 말씀은 허공에 뜬 멋진 그림이며 상상일 뿐입니다. 
 

예수님은 그런 사람들의 머리 속에 그것이 현실이라고 선언하십니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며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켜 내보내며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


 

하느님은 듣기에 좋은 이야기만 하시고 옳은 이야기를 하시지만 누구도 실천하지 않아서 이루어지지 못한 꿈처럼 여겨진 말씀이었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늘 전해졌지만 그 말을 전하는 이의 입을 막아 버리려는 시도만 있을 뿐 그 말이 실제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삶이 없었으므로 누구도 이 말에 책임을 지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고향에 돌아온 목수가 이야기합니다. 그가 그 일을 하겠노라고 말입니다. 


 

"주님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어 주시니 주님의 영이 내 위에 내리셨다." 


 

그리스도는 그 뜻입니다. 기름을 부어 가려낸 이가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예언자로서, 백성을 위해 기도하는 사제로서, 봉사로 하느님의 뜻을 받들어 실천하는 왕으로 살겠노라고 말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이 선언과 더불어 그 내용을 확실히 합니다. 


 

“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


 

주님의 구원은 그렇게 자신이 자란 고을에서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려는 이의 시도로 시작되었습니다. 누구도 인정하지 않고 믿어주지 않는 그러나 그는 실제 그렇게 살아버림으로써 구원을 눈에 보이는 현실로 만들었습니다. 지금 우리 중에서 이 일을 살려고 하는 이가 누구입니까? 그가 바로 그리스도입니다. 


 

우리는 그 그리스도의 후예들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기름 부음을 받은 이로서의 역할을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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