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따로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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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모한 도전을 시작한 제자들이 그 길에서 돌아왔습니다. 이리떼 속으로 아무런 준비 없이 들어간 양들과 같았던 이들이 무사히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홀로 돌아온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을 이끌었습니다. 그들은 스승에게 갔지만 그들을 통해 하느님을 알고 스승인 그리스도를 알았던 이들이 그들 뒤를 쫓아 스승에게 왔기 때문입니다. 

제자들은 저마다 맡은 바를 충실히 실행했고 그 열매를 들고 왔습니다. 


 

"그때에 사도들이 예수님께 모여 와, 자기들이 한 일과 가르친 것을 다 보고하였다. 


 

복음을 전한다는 것이 더 많이 알고, 더 많이 배운 사람이 아니라 지금 나와 별반 다를 것이 없는 이에게서 듣는 이야기와 그래서 느끼는 내 생활의 행복에 관한 이야기였음에도 사람들은 그 이야기에 행복을 느꼈고 이미 하느님 사랑 안에 있는 그들을 확인했습니다. 그 일은 쉬운 일은 아닙니다. 가진 것을 나누는 것도 힘들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이 그나마 가진 것으로 어떤 것을 한다는 것은 몇 배의 용기와 힘이 드는 일입니다. 


 

복음을 전하는 사람이 복음을 듣는 이보다 더 '부족한' 상황을 겪고 온 제자들의 수고에 예수님은 그들에게 휴식을 명하십니다. 그 어려운 길은 물론이고 예수님께 돌아온 후에도 그들은 쉴 틈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너희는 따로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 하고 말씀하셨다. 오고 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음식을 먹을 겨를조차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따로 배를 타고 외딴곳으로 떠나갔다. 


 

제자들의 수고와 사람들을 보며 예수님은 아마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다시 한 번 확인하시고 기뻐하셨을 듯 합니다. 아직 모든 것을 이루시지 않았고 예수님의 말씀을 모두 깨달은 제자들도 아닌데 그들 만으로도 복음은 충분히 전해졌고 사람들은 기쁨을 얻고 하느님을 찾았으니 말입니다. 


 

제자들은 자신들의 또 다른 모습이었고, 그들의 말은 자신들의 말이었고, 그들의 생각도 그들과 다를바가 없었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그래서 더 간절해졌습니다. 


 

그러자 많은 사람이 그들이 떠나는 것을 보고, 모든 고을에서 나와 육로로 함께 달려가 그들보다 먼저 그곳에 다다랐다. 예수님께서는 배에서 내리시어 많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 그들이 목자 없는 양들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기 시작하셨다.


 

사람들의 간절함과 그들의 노력은 예수님이 처음 제자들을 보내셨던 이유와 맞닿아 있습니다.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이 적다는 그 절박함에 예수님은 그 일꾼들로 이 부실한 사람들을 부르시고 보내셨음에도 그것만으로 사람들은 하느님을 뵙는 체험을 했으니 그들을 바라보는 예수님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은 우리를 위해 아주 쓸모 없어 보이는 것 조차 도구로 쓰심에 주저하지 않으십니다. 그래서 좋은 도구보다 우선 손에 들어오는 약한 돌멩이 하나라도 하느님께는 좋은 쓸모가 됩니다. 그 첫 사람들인 제자들은 그래서 우리에게 더 없이 큰 희망이 됩니다. 


 

휴식이 필요한 제자들. 그럼에도 쉴 수 없는 예수님은 또 다시 제자들의 모범이 되십니다. 휴식이 필요하지만 그럼에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눈 앞에 있는데 이를 외면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아니 그럴 수 없는 것을 예수님은 보여주십니다. 

자신의 부족함을 짊어지고 사는 이들에게도 휴식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그 휴식이 주는 의미가 단순히 지치고 힘든 것에 대한 보상이라면 우리는 현실로 돌아가는 순간 또 다시 쉼의 시간을 그리워하거나 기다릴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휴식이 누군가 함께 해야 할 사람보다 더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질 좋고, 잘 드는 도구보다 주님이 쓰실 일이 있어서 사용하는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그 도구가 있어야 할 곳, 해야 할 일을 했을 때 느끼는 지친 행복이 더 큰 가치라는 것을 알아듣길 바랍니다. 주님 혼자 일하시는 것을 물끄러미 쳐다보지 말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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