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이 도착하여 문을 두드리면 곧바로 열어 주려고 기다리는 사람처럼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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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입니다.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세 번째 새해입니다. 대림을 시작하며 우리는 희망의 해를 시작했고, 1월 떠오르는 해를 보며 2019년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조상들이 전해준 자연이 알려준 새해를 다시 시작합니다. 시간은 흘렀고 우리는 이미 두어달을 산 셈입니다. 그럼에도 우리에게 또 다시 새해를 시작하는 것은 축복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시작되어버린 것이 아닌 다시 시작하는 삶의 시간들을 충실히 채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설날에 우리는 산 이와 죽은 이가 함께 드리는 미사를 함께 합니다. 산 이들이 죽은 이를 기억하고 죽은 이들이 하늘나라에서 우리를 기억하며 주님의 성체 안에서 하나가 되는 이 미사를 통해 우리는 제사와 축복의 의미를 함께 지냅니다. 그래서 떡국으로 한 살을 먹으며 우리도 하늘나라에 한 살 더 가까워지는 의미로 오늘을 시작합니다. 


 

오늘 누군가에게 우리는 새해 인사를 하고 덕담을 주고 받습니다. 오늘 우리는 복음을 통해 예수님이 전하시는 덕담을 듣습니다. 


 

“너희는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 놓고 있어라. 혼인 잔치에서 돌아오는 주인이 도착하여 문을 두드리면 곧바로 열어 주려고 기다리는 사람처럼 되어라."


 

한 해를 어떻게 살아야 할까 궁리하고 계획과 다짐을 반복할 때 예수님의 이야기는 큰 도움이 될 듯 합니다. 그리고 명절을 통해 만나는 모든 이들도 예수님의 말씀은 기억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 놓고 있는" 종은 주인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그래서 주인이 도착하면 기다린 듯 그를 맞이하는 사람을 뜻합니다. 물론 그 주인이 포악하기 이를 데 없어 무서움에 잠도 자지 못하는 불쌍한 종일 수도 있지만 사실 이 주인은 종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주인이고 또한 종 역시도 이 주인을 기다리며 뜬 눈으로 밤을 지샌 관계가 복음 속의 주인공들입니다. 


 

"행복하여라, 주인이 와서 볼 때에 깨어 있는 종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 주인은 띠를 매고 그들을 식탁에 앉게 한 다음, 그들 곁으로 가서 시중을 들 것이다. 주인이 밤중에 오든 새벽에 오든 종들의 그러한 모습을 보게 되면, 그 종들은 행복하다!" 


 

사랑하는 이를 기다리는 이의 기다림은 초조함이 아닌 설레임이고 그 만남은 위태롭지 않고 즐거움과 행복함의 모습입니다. 주인이 종에게 종의 몫을 다함은 오는 사람과 기다린 사람이 서로 사랑한다는 뜻이고 그들의 함께 하는 자리는 그야말로 잔치와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는 모습입니다. 


 

우리가 말하는 하늘나라는 그런 곳이고 우리는 그런 관계입니다. 설 명절에 기다리고 다가가는 우리는 이런 모습인지 모르겠습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이들의 모습은 설레이는 기다림과서둘러 가는 걸음에 담긴 즐거움이 뒤섞인 자리여야 합니다. 


 

만나야 하기에 만나고 만났으니 서둘러 헤어질 생각을 먼저하는 것은 우리의 만남을 서글프게도 하고 또 찰나에 가까운 시간을 위해 서로 시간을 허비하는 듯한 아쉬운 만남을 가지게 합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말씀이 이 명절의 우리 만남에도 명심해야 할 가르침이라는 것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이것을 명심하여라. 도둑이 몇 시에 올지 집주인이 알면, 자기 집을 뚫고 들어오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너희가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다.”


 

우리에게 오는 이를, 또 우리가 만나러 가는 이가 주님과 그 주님을 기다리는 이들의 만남과 같아야 합니다. 그렇게 다시 얻은 새해의 출발을 주님의 가르침으로 하길 권합니다. 살아있는 우리는 그렇게 만나기를 계속하고 이미 먼 곳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영혼들과의 만남 역시도 이러한 아름다운 만남으로 함께 하길 바랍니다. 


 

모두에게 주어진 시간 성체로 우리는 하나가 됩니다. 그 성체는 우리 모두에게 편견 없이 모두 한 살을 주는 떡국과 같습니다. 바로 잘라놓은 가래떡의 조각이 성체와 같이 느껴지는 설날의 느낌을 모두 함께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나에게 주어진 한 해를 다른 누군가에게도 축복을 실어 주었으면 합니다. 그렇게 서로 덕담으로 한 해의 귀한 만남을 채우고 하느님과의 잔치로 세상 모든 시간과 만물과 사람들과 어울리는 새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만날 것을 애타게 기다린 사람처럼 만나고 어울려 한 해를 살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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