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악하고 게으른 종아! 내가 심지 않은 데에서 거두고

뿌리지 않은 데에서 모으는 줄로 알고 있었다는 말이냐

 

교회의 학자 아우구스티누스 주교의 축일입니다. 어머니 모니카의 기도와 좋은 스승을 만나 하느님을 받아들이고 교회의 수호자요 학자가 된 성인은 우리에게 기다림의 의미를 알려주는 성인입니다.

 

복음에 등장하는 탈렌트의 비유에서 길을 떠나는 주인은 종들에게 자신의 재산을 맡깁니다. 그 양은 다섯, , 한 탈렌트였습니다. 능력에 따라 주어진 그 돈을 가지고 종들은 저마다 다른 행동을 합니다.

 

주인이 돌아왔을 때, 종들은 각기 이 탈렌트로 생활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내용과 결과는 서로 달랐습니다. 다섯과 두 탈렌트의 종들은 그들의 수고까지 함께 얻게 되었으나 한 탈렌트의 종은 가진 것마저 빼앗기고 내어 쫓겨납니다. 어쩌면 이 결과가 우리가 말하는 심판의 결과를 이야기해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종들의 결과가 나뉜 것은 주인의 기준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종들이 탈렌트를 대하는 마음, 아니 주인에 대한 마음에서 갈렸다고 보아야 합니다.

 

성실하게 지냈던 두 종은 그 탈렌트로 자신들의 최선을 다했고 그것을 기뻐하며 주인에게 들려드리려 하지만 그들은 수고의 몫까지 함께 받게 됩니다. 하지만 한 탈렌트의 종은 그 한 탈렌트를 지켰음을 강조하다 곤경에 빠집니다. 그는 주인을 심지 않은 데서 거두고, 뿌리지 않은 데에서 모으는 지독한 욕심쟁이로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이 탈렌트를 묻어 버렸고 받은 것은 물론 자신이 내어 쫓기게 됩니다.

 

억울해 하는 그의 모습이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그가 이를 갈며 억울해 하는 것은 그가 가진 주인에 대한 생각 때문입니다. 그는 주인을 안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아는대로도 살지 못했기에 그의 생각대로 주인은 책임을 물었습니다.

 

세상 즐겁게 살았고 부족함 없이 누렸던 아우구스티노 성인이 인생의 길을 바꾸게 된 하느님은 어떤 분이셨을까요? 평생을 바꿀만한 하느님. 그분은 징벌의 하느님이 아니셨습니다. 그가 알던 모든 것과 바꿀 수 있는 하느님은 그의 탈렌트를 그대로 살려 교회의 재목이 되게 하셨습니다.

 

여전히 기다림을 말하는 세상. 우리가 기다리는 하느님은 어떤 분이십니까? 세상에 펼쳐지는 하느님에 대한 이야기에 바른 눈과 귀를 가져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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