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의 아들 시몬아,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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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의 이야기는 어떤 것이 사실일까 하는 궁금증을 가져올 정도로 다양하게 전해집니다. 저녁이었다가 아침이기도 하고 다락방이기도 하고 길이나 바다에서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주님이 제자들과 40일을 지내셨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또 그 시간들이 항상인지 아니면 가끔이었는지도 불확실합니다. 그러나 부활은 사실이고 제자들이 주님을 다시 만난 것도 사실입니다. 


 

부활은 우리에게 어떤 사건인지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는 오늘 복음은 주님이 우리에게 보여주신 부활의 거의 모든 것을 전해줍니다. 
 

예수님은 늘 '기억'으로 다가오십니다. 마리아 막달레나에게 그분의 목소리를 들려 주셨고,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에게 빵을 나눔으로써 다가오셨던 예수님은 오늘 바다로 돌아간 제자들에게 큰 기억을 되살려 주십니다.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티베리아스 호숫가에서 다시 제자들에게 당신 자신을 드러내셨는데, 이렇게 드러내셨다. 시몬 베드로와 ‘쌍둥이’라고 불리는 토마스, 갈릴래아 카나 출신 나타나엘과 제베대오의 아들들, 그리고 그분의 다른 두 제자가 함께 있었다. 시몬 베드로가 그들에게 “나는 고기 잡으러 가네.” 하고 말하자, 그들이 “우리도 함께 가겠소.” 하였다. 그들이 밖으로 나가 배를 탔지만 그날 밤에는 아무것도 잡지 못하였다. 어느덧 아침이 될 무렵, 예수님께서 물가에 서 계셨다. 그러나 제자들은 그분이 예수님이신 줄을 알지 못하였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얘들아, 무얼 좀 잡았느냐?” 하시자, 그들이 대답하였다. “못 잡았습니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그물을 배 오른쪽에 던져라. 그러면 고기가 잡힐 것이다.” 그래서 제자들이 그물을 던졌더니, 고기가 너무 많이 걸려 그물을 끌어 올릴 수가 없었다. 예수님께서 사랑하신 그 제자가 베드로에게 “주님이십니다.” 하고 말하였다. 주님이시라는 말을 듣자, 옷을 벗고 있던 베드로는 겉옷을 두르고 호수로 뛰어들었다. 


 

오늘 복음에 두드러지게 부활을 체험하는 이는 베드로입니다. 순식간에 사라지신 주님을 비겁함으로 외면했던 베드로는 부활 사건에 소외된 듯 보입니다. 그리고 그의 죄책감은 처음 주님을 만났을 때 자신을 '죄인'으로 불렀던 그의 모습을 다시 확인시켜 줍니다. 주님 없은 시간 원래 자리로 돌아갔던 베드로는 빈손으로 돌아오다 주님을 다시 만나 '배'를 버리고 '목숨'도 버립니다. 그것이 우리가 기억하는 것보다 훨씬 부끄러워하는 베드로의 모습입니다. 


 

하지만 복음은 그의 행동을 보여줄 뿐 어떤 평가도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복음은 이어집니다. 


 

다른 제자들은 그 작은 배로 고기가 든 그물을 끌고 왔다. 그들은 뭍에서 백 미터쯤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던 것이다. 그들이 뭍에 내려서 보니, 숯불이 있고 그 위에 물고기가 놓여 있고 빵도 있었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방금 잡은 고기를 몇 마리 가져오너라.” 그러자 시몬 베드로가 배에 올라 그물을 뭍으로 끌어 올렸다. 그 안에는 큰 고기가 백쉰세 마리나 가득 들어 있었다. 고기가 그토록 많은데도 그물이 찢어지지 않았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와서 아침을 먹어라.” 하고 말씀하셨다. 제자들 가운데에는 “누구십니까?” 하고 감히 묻는 사람이 없었다. 그분이 주님이시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는 다가가셔서 빵을 들어 그들에게 주시고 고기도 그렇게 주셨다. 이렇게 예수님께서는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나신 뒤에 세 번째로 제자들에게 나타나셨다.


 

예수님은 그 많은 물고기와 마련하신 빵으로 제자들과 아침 식사를 하십니다. 곧 저녁식사로 끝났던 만남이 아침식사로 이어지면서 주님과 제자들과의 거리가 전혀 멀어지지 않았음을 보여주십니다. 그렇게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면서 주님의 생명은 우리 안에서 이어집니다. 누구도 그런 주님에게 "누구십니까"묻지 않습니다. 부르심의 기억과 마지막의 기억이 동시에 살아난 부활사건이 오늘 복음의 내용입니다. 


 

그 속에서 제자들은 주님의 죽음에서도 도망친 모습이지만 주님은 어느새 우리 곁에 와 계신 모습입니다. 그리고 주님은 베드로를 통해 이 사실을 확인하십니다. 


 

그들이 아침을 먹은 다음에 예수님께서 시몬 베드로에게 물으셨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너는 이들이 나를 사랑하는 것보다 더 나를 사랑하느냐?” 베드로가 “예, 주님! 제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 아십니다.” 하고 대답하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내 어린양들을 돌보아라.” 예수님께서 다시 두 번째로 베드로에게 물으셨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베드로가 “예, 주님! 제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 아십니다.” 하고 대답하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내 양들을 돌보아라.” 예수님께서 세 번째로 베드로에게 물으셨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베드로는 예수님께서 세 번이나 “나를 사랑하느냐?” 하고 물으시므로 슬퍼하며 대답하였다. “주님, 주님께서는 모든 것을 아십니다. 제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는 알고 계십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말씀하셨다. “내 양들을 돌보아라.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네가 젊었을 때에는 스스로 허리띠를 매고 원하는 곳으로 다녔다. 그러나 늙어서는 네가 두 팔을 벌리면 다른 이들이 너에게 허리띠를 매어 주고서, 네가 원하지 않는 곳으로 데려갈 것이다.”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어, 베드로가 어떠한 죽음으로 하느님을 영광스럽게 할 것인지 가리키신 것이다. 


 

예수님과 베드로의 대답은 어떤 걱정도 없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주고 받는 대화이기 때문입니다. 주님이 "나를 사랑하느냐?"하고 물었을 때 우리는 "네"라고 말하지만 우리 안에는점점 확신이 줄어듭니다. 그러나 베드로는 이미 사랑하고 있었음으로 걱정보다 슬퍼집니다. 의심을 당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물으시는 주님의 목소리가 너무 아팠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믿음은 주님이 나를 사랑하신다는 것을 알고 나도 그런 주님을 정말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비록 서툴고 실수하고 잘못해도 하느님의 사랑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것이 믿음입니다. 그리고 내가 잘하리라고 믿어주시는 것이 아니라 나를 사랑하시기에 모든 것을 맡기시는 주님을 만나는 것이 신앙입니다. 


 

세 번의 질문과 세 번의 대답이 끝나고 주님은 말씀하십니다. 

 

이렇게 이르신 다음에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에게 말씀하셨다. “나를 따라라.”


 

이것이 부활의 체험입니다. 주님의 사랑은 변함 없고 그것은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죽음이 아닌 죽음으로 끊어지지 않는 사랑이 십자가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의미입니다. 주님을 믿으면 죽을 고생을 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으로도 막을 수 없는 사랑을 하는 중이라고 우리가 고백하는 것이 부활의 증인으로서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그러니 되돌아가지 말고 다시 길을 돌려야 합니다. 


 

그것이 회개의 길입니다. 그래서 그 길은 사랑의 길입니다. 저녁이 지나고 아침이 되자 하루가 지났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의 하루가 부활의 시간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기뻐하며 주님을 따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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