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배를 스물다섯이나 서른 스타디온쯤 저어 갔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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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과 우리의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우리는 궁금해하기 보다 '멀다'는 것을 전제로 생각을 시작할 때가 많습니다. 우리가 주님의 뜻에 어긋날 때, 혹은 부족하다 스스로 여길 때는 그 거리가 더 멀어집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제자들과 예수님의 관계는 그런 우리의 모습을 생각하게 합니다. 


 

저녁때가 되자 예수님의 제자들은 호수로 내려가서, 배를 타고 호수 건너편 카파르나움으로 떠났다. 이미 어두워졌는데도 예수님께서는 아직 그들에게 가지 않으셨다. 


 

때는 '오천명을 먹인 기적'이 일어난 다음입니다. 제자들은 사람들을 먹이기 원하시는 예수님의 청에 따르지 않았고 그래서 그 식사가 끝난 후 예수님은 그들을 따로 먼저 호수를 건너가게 하셨습니다. 예수님을 따르던 제자들이 예수님 없이 길을 떠나게 된 이 사건은 후에 일어나는 놀라운 기적에 감추어지고 말지만 사실 이것이 이 놀라운 기적의 이유였습니다. 마치 벌받는 아이들처럼 스승 없이 호수를 건너는 제자들의 대부분은 어부였습니다. 그 물길이 낯설 수 없는 이들이었으나 그들에게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집니다. 


 

그때에 큰 바람이 불어 호수에 물결이 높게 일었다. 그들이 배를 스물다섯이나 서른 스타디온쯤 저어 갔을 때, 예수님께서 호수 위를 걸어 배에 가까이 오시는 것을 보고 두려워하였다. 


 

스물다섯이나 서른 스타디온은 4.5-5.5km에 이르는 먼 길입니다. 저녁을 넘어 그 거리가 보일리 없습니다. 그런 곳에서 물결에 맞서야 하는 제자들은 그들이 '죽게 되었음'을 직감했을 겁니다. 그런데 그 배에 주님이 없음은 희망 없는 길 위에 있는 처지를 보여줍니다. 바로 그 때 주님은 물 위를 걸어 오셨습니다. 


 

주님의 물 위의 걸음은 지금도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안겨 주고 흉내내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그분의 발 아래 물이 있다는 것보다 그분이 그 먼거리를 한 숨에 좁혀 제자들 곁에 오셨음이 더 중요합니다. 그것이 이 일이 일어난 이유니까 말입니다. 주님이 그렇게 오신 이유는 그분의 말씀에 이유가 들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그래서 그들이 예수님을 배 안으로 모셔 들이려고 하는데, 배는 어느새 그들이 가려던 곳에 가 닿았다.
 

예수님과 멀리 있다고 생각했던 제자들은 주님이 바로 곁에 계심을 확인했고, 그들은 목표한 곳에 이미 도달했음을 알게 됩니다. 우리가 느끼는 하느님과의 거리와 실제 하느님이 우리와 함께 계신 것에는 이런 차이가 있습니다. 부활하신 주님 앞에 우리가 지닌 태도는 그분을 죽음으로 내 몰아 버린 우리의 죄와 비겁함이 자리합니다. 그것이 주님과 우리의 거리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주님은 우리를 떠나시지 않음을 알아야 합니다. 그날 어두운 날 물 위에서 체험한 주님의 모습이 바로 우리가 부활에 만난 주님의 모습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주님은 생각보다 훨씬 가깝게 계시며 우리와 늘 함께 계십니다. 그분의 눈 안에 있는 우리이니 안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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