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보고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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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의 아침 우리는 다시 빈무덤을 봅니다. 


 

주간 첫날 이른 아침, 아직도 어두울 때에 마리아 막달레나가 무덤에 가서 보니, 무덤을 막았던 돌이 치워져 있었다. 


 

빈무덤이 주는 의미는 아무것도 없는 것과 달리 많은 것들이 그 속에 채워져 있습니다. 무덤이 비었고 그곳에 있었던 시신이 사라진 것. 우리 눈 앞에 드러난 사건은 그것이 전부입니다. 


 

그래서 그 여자는 시몬 베드로와 예수님께서 사랑하신 다른 제자에게 달려가서 말하였다. “누가 주님을 무덤에서 꺼내 갔습니다. 어디에 모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주님을 무덤에서 꺼내 갔습니다. 어디에 모셨는지 모르겠습니다"라는 여인들의 증언이 의미하는 것은 '죽음이 없다'는 것입니다. 주님의 죽음은 없다는 것은 모두가 다 보았고 알았던 주님의 십자가의 죽음이 하느님 아버지에 의해 사라졌다는 뜻입니다. 무덤이 비었다는 것 역시 하느님의 뜻 안에 사는 사람에게 죽음이란 없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증인들이 등장합니다. 그 증인들은 예수님의 마지막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았던 또 다른 이들이었습니다. 


 

베드로와 다른 제자는 밖으로 나와 무덤으로 갔다. 두 사람이 함께 달렸는데, 다른 제자가 베드로보다 빨리 달려 무덤에 먼저 다다랐다. 그는 몸을 굽혀 아마포가 놓여 있는 것을 보기는 하였지만,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시몬 베드로가 뒤따라와서 무덤으로 들어가 아마포가 놓여 있는 것을 보았다. 예수님의 얼굴을 쌌던 수건은 아마포와 함께 놓여 있지 않고, 따로 한곳에 개켜져 있었다. 그제야 무덤에 먼저 다다른 다른 제자도 들어갔다. 그리고 보고 믿었다. 사실 그들은 예수님께서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나셔야 한다는 성경 말씀을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도 이 복음을 적은 이로 짐작되는 다른 제자가 오늘 복음에서 들려주는 가장 큰 울림은 '보고 믿었다'는 표현일 겁니다. 무덤이 비었을 뿐인데 그 상황에 어떤 믿음을 보이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가능한 것은 그들이 이미 예수님에게서 이 상황들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의 믿음이 주님 부활에 관한 것인지 아니면 여인들의 증언에 관한 것인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누구보다 주님 부활의 의미를 전하려 한 제자이기에 이 믿음이 부활에 대한 첫 느낌으로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곧 그제야 주님의 말씀을 떠올렸다는 의미입니다. 하느님의 뜻 안에 사는 이는 결코 죽음을 당하지 않고 영원히 살게 되리라는 것을 십자가만큼 목격하게 한 것이 이 빈무덤입니다. 그래서 이 때부터 우리는 주님의 무덤이었다는 곳이 결코 주님의 무덤일 수 없음을 압니다. 세상 어디에도 주님의 무덤은 없고 그분의 십자가가 강렬한 만큼 그분의 죽음도 더이상 없다는 것에 확신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도 빈무덤을 '보고 믿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우리 마음의 무덤을 비우는 날이어야 합니다. 주님의 십자가는 기억하되 그것으로 결코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하고 그 십자가의 무덤은 없다는 것을 아는 우리에게 부활은 우리 주님과 우리가 모두 살아난 날이라는 것도 기억해야 하는 기억과 현실의 날입니다. 


 

부활의 아침. 다시 한 번 부활을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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