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은 예수님께서 자기에게 이르신 말씀을 믿고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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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 관한 여러 표현 중 "강하다" 혹은 "약하다"라는 말을 자주 듣곤 합니다. 자신을 표현하며 하느님 앞에서 어떤 모습일지를 생각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 느낌이 강하게 다가옵니다. 그런데 신앙을 말할 때 가장 간단하면서도 확실한 기본이 있다면 과연 우리가 정말 하느님을 얼마나 신뢰하는지에 대해 살펴보는 것부터 봐야 할 듯 싶습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 상처가 되었던 고향 가까이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당신이 자랐던 고향 나자렛의 불신이 기억에 남아있는 곳, 그러나 또한 예수님에게서 하느님의 메세지를 처음 드러낸 곳 갈릴래아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사마리아를 떠나 갈릴래아로 가셨다. 예수님께서는 친히, 예언자는 자기 고향에서 존경을 받지 못한다고 증언하신 적이 있다.  예수님께서 갈릴래아에 가시자 갈릴래아 사람들이 그분을 맞아들였다. 그들도 축제를 지내러 예루살렘에 갔다가, 예수님께서 축제 때에 그곳에서 하신 모든 일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복음의 표현이 보여주는 것은 그나마 갈릴래아의 신앙처럼 보이는 것도 예수님의 신기한 일을 보고 가진 감정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곧 그들의 신앙처럼 보이는 관심 조차 예수님을 구경거리 이상으로 여기지 못했음을 보여줍니다. 


 

예수님께서는 물을 포도주로 만드신 적이 있는 갈릴래아 카나로 다시 가셨다. 거기에 왕실 관리가 한 사람 있었는데, 그의 아들이 카파르나움에서 앓아누워 있었다. 그는 예수님께서 유다를 떠나 갈릴래아에 오셨다는 말을 듣고 예수님을 찾아와, 자기 아들이 죽게 되었으니 카파르나움으로 내려가시어 아들을 고쳐 주십사고 청하였다. 예수님께서는 그에게 이르셨다. “너희는 표징과 이적을 보지 않으면 믿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그 왕실 관리는 예수님께 “주님, 제 아이가 죽기 전에 같이 내려가 주십시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가거라. 네 아들은 살아날 것이다.” 


 

그런 중에 예수님의 기적이 있었던 곳에서 왕실 관리 한 사람이 등장합니다. 그 역시 예수님의 소문을 듣고 왔고 그가 바란 것도 기적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예수님이 그를 대하시는 태도에는 백성에 대한 관심보다 그의 요청에 대한 다소 건조한 느낌이 가득합니다. 
 

그 사람은 예수님께서 자기에게 이르신 말씀을 믿고 떠나갔다. 


 

오늘 복음에서 가장 중요한 말은 이 관리가 가진 태도였습니다. 예수님은 당신의 발걸음을 청하는 이에게 그저 믿고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이 관리의 태도는 다른 이들의 관심과 달랐습니다. 그는 예수님의 말씀을 있는 그대로 믿었고 길을 홀로 떠났습니다. 


 

그는 아들을 위해 간절히 예수님을 찾았고 그분의 보이는 표징을 원했으나 그가 집으로 돌아가야 할 때 예수님의 동행은 없었습니다. 불안할 수 있고 당연히 거절당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길이었지만 그는 믿었습니다. 


 

그가 내려가는 도중에 그의 종들이 마주 와서 아이가 살아났다고 말하였다. 그래서 그가 종들에게 아이가 나아지기 시작한 시간을 묻자, “어제 오후 한 시에 열이 떨어졌습니다.” 하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그 아버지는 바로 그 시간에 예수님께서 자기에게, “네 아들은 살아날 것이다.” 하고 말씀하신 것을 알았다. 그리하여 그와 그의 온 집안이 믿게 되었다. 


 

그의 믿음이 확인되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의 종들은 그 아들이 나았음을 증언했고 그는 곧바로 그 때가 예수님의 말씀과 함께 일어났음을 알게 됩니다. 그의 모습은 예수님을 잘 아는 이유로 그분을 믿지 않았던 갈릴래아와 나자렛의 불신에 희망을 던져 줍니다. 예수님은 그 관리의 아들을 본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관리의 마음을 몰랐을리는 없으십니다. 그 아버지의 청은 들어 주시되 사람들이 말하는 방식대로 하지 않으시는 예수님. 그분의 고민이 보이고 또한 예수님에게 희망을 준 관리의 신뢰도 볼 수 있는 복음입니다. 


 

이렇게 예수님께서는 유다를 떠나 갈릴래아로 가시어 두 번째 표징을 일으키셨다.


 

예수님의 첫 기적이 일어난 도시 카나. 그 때에 예수님은 정결례에 사용하는 물독으로 기적을 감추셨으나 오늘은 아버지의 마음에는 화답을 그러나 당신의 동행을 거절하심으로써 이 기적을 감추셨습니다. 


 

예수님에 대한 신뢰는 곧 하느님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를 드러냅니다. 우리가 신앙을 생각할 때 너무 평범하고 우리와 다를 것이 없는 이에게서 아무것도 바라지 못하는 우리의 불신은 신앙을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고 만다는 것을 나자렛이 보여줍니다. 또 그 반대편에 과장된 몸짓과 같이 신앙을 마치 구경거리로 여기는 태도도 신앙은 아니라는 것을 갈릴래아의 사람들의 관심이 보여줍니다. 


 

그 속에 예수님의 깊은 상처가 들여다 보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리시는 그분의 사랑이 또한 보입니다. 신앙은 참 쉬운 것이나 또한 쉽지 않다는 것을 이래저래 느끼는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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