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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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입니다. 사순절에 맞는 이 날은 주님의 죽음과 겹쳐집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것은 주님이 아닌 그 어머니입니다. 어머니 마리아의 축일이자 예수님이 세상에 등장하게 된 직접적인 현장이 눈 앞에 펼쳐집니다. 


 

그때에 하느님께서는 가브리엘 천사를 갈릴래아 지방 나자렛이라는 고을로 보내시어, 다윗 집안의 요셉이라는 사람과 약혼한 처녀를 찾아가게 하셨다. 그 처녀의 이름은 마리아였다. 


 

하느님의 선택이 있었고 그를 전달한 대천사 가브리엘이 등장합니다. 가브리엘은 영문모를 소녀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전합니다. 



 

천사가 마리아의 집으로 들어가 말하였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 이 말에 마리아는 몹시 놀랐다. 그리고 이 인사말이 무슨 뜻인가 하고 곰곰이 생각하였다. 
 

천사의 이야기는 성모님이 주님께서 함께 계시는 존재임을 증언합니다. 마리아는 전혀 이 소리의 의미를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이 말이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생각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천사의 이야기는 이제 막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천사가 다시 마리아에게 말하였다.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야. 너는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 그분께서는 큰 인물이 되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아드님이라 불리실 것이다. 주 하느님께서 그분의 조상 다윗의 왕좌를 그분께 주시어, 그분께서 야곱 집안을 영원히 다스리시리니 그분의 나라는 끝이 없을 것이다.” 


 

천사의 예고는 한 여인에게는 너 놀랍고 충격적인 일이었습니다. 아무런 준비도 또 그럴 수도 없는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어른으로는 시작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에 대한 예고가 마냥 기쁠 수 없는 일이었던 마리아는 묻습니다. 그리고 천사는 그 질문에 친절히 대답합니다. 


 

마리아가 천사에게,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하고 말하자, 천사가 마리아에게 대답하였다.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 그러므로 태어날 아기는 거룩하신 분, 하느님의 아드님이라고 불릴 것이다. 네 친척 엘리사벳을 보아라. 그 늙은 나이에도 아들을 잉태하였다. 아이를 못낳는 여자라고 불리던 그가 임신한 지 여섯 달이 되었다.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가 마리아의 처지였습니다. 어떤 준비도 되지 못했고, 임신의 가능성은 전혀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었던 마리아의 궁금증은 의심과는 다른 상황입니다. 그리고 천사의 이야기는 마리아가 그런 상태에 있음을 알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곧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 오시고..."는 이 일이 온전히 하느님의 힘으로 이루어지는 것임을 알려줍니다. 그순간에 마리아는 요셉과의 정혼 사실도 문제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차린 듯 합니다. 


 

곧 '하느님의 일'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마리아의 믿음이 등장합니다. 태어나 부모가 정해준 짝을 만나 살아야 하는 삶에 순응했던 마리아였지만 그 모든 일이 하느님의 뜻 안에서이루어진다는 것을 알았고, 그녀의 바람이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세상이었기에 그녀는 하느님의 뜻 앞에 모든 걱정과 궁금증을 내려 놓습니다. 


 

마리아가 말하였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그러자 천사는 마리아에게서 떠나갔다.


 

마리아의 대답. '아멘'은 그녀가 어리기 때문에, 곧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저 하느님께 '예'라고 대답한 것으로 비춰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처음 인사 때부터 곰곰히 생각에 잠긴이 어린 마리아의 대답을 그저 맹목적인 순종의 의미로 파악하는 것은 옳지 않은 태도입니다. 그녀는 자신의 처지를 분명 알고 있었고,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이었기에 이 모든 과정은 하느님을 만난 조상들의 모습과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처음만나는 천사, 그리고 하느님의 말씀에 곧 바로 대답하고 동의하는 마리아의 모습은 처음듣는 하느님의 함께 하심에 대한 믿음과 함께 하느님이 하실 일은 이루어져야 한다는 그녀가 알고 있는 하느님에 대한 마음의 견고함을 보여줍니다. 그 일이 나에게 이루어진다는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그러나 자신에게 생기는 변화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하느님의 뜻은 이루어져야 한다는 믿음입니다. 


 

그 '아멘'이 우리의 아멘이기도 해야 합니다. 예수님의 탄생일을 거슬러 정해진 대축일에 하느님 아버지에 대한 사랑으로 자신의 생명의 끝에 '아멘'을 하셨던 예수님의 그 결정이 누구의 모습과 닮았는지 알게 되는 날입니다. 그저 소리로만 아멘이 아니라 하느님에 대해 아멘의 마음은 결국 세상의 구원을 현실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첫자리에 바뀐 세상이 바로 성모님이었다는 사실이 우리가 오늘을 기뻐해야 할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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