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심판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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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혼자 살 수는 없습니다. 태어난 순간부터 외롭다고 말하는 사람도 누군가 다른 이가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음을 말합니다. 우리는 함께 살아갑니다. 살아가는 모습이 다르고 그 기준과 방식이 달라도 우리는 함께 살아갑니다. 


 

오늘 "원수를 사랑하라"는 불가능한 말씀으로 시작되는 예수님의 이야기는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가치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내 말을 듣고 있는 너희에게 내가 말한다.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너희를 미워하는 자들에게 잘해 주고, 너희를 저주하는 자들에게 축복하며, 너희를 학대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원수를 사랑하고, 미워하는 자에게 잘해 주고, 저주하는 자를 축복하며 학대하는 자들을 위해 기도하라는 말씀은 우리가 전혀 상상할 수도 없는 가치들입니다. 우리는 그저 죄 없이 사는데 만족하는 경우가 많고 그조차 어렵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오늘 예수님의 말씀은 죄와 상관 없이 우리가 실천해야 하는 하느님의 뜻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사랑하고, 잘해주고, 축복하며, 기도하는 것. 이 네가지는 죄 짓는 것과 상관 없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그 대상이 원수이고 미워하는 자이며, 저주하는 이와 학대하는 자라는 것이 문제입니다. 예수님이 말씀은 좀 더 구체적으로 변합니다. 


 

"네 뺨을 때리는 자에게 다른 뺨을 내밀고, 네 겉옷을 가져가는 자는 속옷도 가져가게 내버려 두어라. 달라고 하면 누구에게나 주고, 네 것을 가져가는 이에게서 되찾으려고 하지 마라.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


 

우리가 싫어하는 이를 피하지 말라는 말씀을 넘어 그에게 잘해주라는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을 때 우리는 힘이 빠집니다. 더군다나 되받을 확률이 거의 없고 조롱을 당하기 좋은 행동으로 그에게 이익을 주라는 말씀은 우리가 '바보짓'으로 부르는 행동입니다. 


 

누구나 반박할 수 있는 이 어리석은 행동을 두고 무슨 이야기든 해야 하는데 예수님은 이 말씀 하나로 우리의 입을 막아 버리십니다. 
 

"너희가 자기를 사랑하는 이들만 사랑한다면 무슨 인정을 받겠느냐? 죄인들도 자기를 사랑하는 이들은 사랑한다. 너희가 자기에게 잘해 주는 이들에게만 잘해 준다면 무슨 인정을 받겠느냐? 죄인들도 그것은 한다. 너희가 도로 받을 가망이 있는 이들에게만 꾸어 준다면 무슨 인정을 받겠느냐? 죄인들도 고스란히 되받을 요량으로 서로 꾸어 준다. 그러나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그에게 잘해 주고 아무것도 바라지 말고 꾸어 주어라."


 

"죄인들도 그것은 한다"는 말씀에 말문이 막힙니다. 결국 하느님을 모르는 사람들과 다를 것이 없다면 우리가 하느님을 믿는다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 됩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하느님을 모르는 사람들과 차별성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우리가 그들을 사랑하고 잘해주고 축복하고 기도해야 하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그러면 너희가 받을 상이 클 것이다. 그리고 너희는 지극히 높으신 분의 자녀가 될 것이다. 그분께서는 은혜를 모르는 자들과 악한 자들에게도 인자하시기 때문이다.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


 

예수님이 말씀하신 내용의 이유는 아버지 하느님 때문이었습니다. 하느님에게 우리가 어떻게 여겨지는지 생각해보라는 것이 예수님의 말씀이었습니다. 우리는 때로 하느님에게 원수처럼 굴고, 미워하고, 저주라는 단어로 그분의 본심을 의심하고 우리 자신에 대한 학대로 하느님의 창조의 이유를 무시해버리곤 합니다. 그리고 우리 곁에 있는 이들에게도 같은 행동을 합니다. 


 

우리는 원수와 미워하는 자와 저주하는자, 그리고 학대하는 자를 떠올리지만 어쩌면 이 말씀에 우리의 자리는 그 반대편일지도 모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오늘도 어김 없이 주님의 생명의 빵을 먹게 됩니다. 그 빵 하나로 우리는 그분의 사랑과 선물, 그리고 축복과 기도를 모두 받습니다. 그분처럼 사랑하는 것이 우리의 일이라면 우리는 이미 그 사랑과 선행과 축복과 기도를 받은 것이니 우리가 이 말씀을 피해 갈 방법은 없습니다. 


 

"남을 심판하지 마라. 그러면 너희도 심판받지 않을 것이다. 남을 단죄하지 마라. 그러면 너희도 단죄받지 않을 것이다. 용서하여라. 그러면 너희도 용서받을 것이다. 주어라. 그러면 너희도 받을 것이다. 누르고 흔들어서 넘치도록 후하게 되어 너희 품에 담아 주실 것이다. 너희가 되질하는 바로 그 되로 너희도 되받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서로에 대해 하느님의 마음을 본받아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의 심판이 온전하지 못함을 고백해야 합니다. 아니 그렇다 해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한결같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를 구원으로 이끄는 길입니다. 


 

죄를 생각하는 것이 신앙의 전부였던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정말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알려주셨습니다. 누구나 사랑하고 잘해주며 축복하고 기도하는 일. 그 일이 우리를 살아있게 하는 행복한 길입니다. 그런 삶을 사는 이가 바로 세상의 복음이며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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