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까지 해야 합니까?"

 

 

 

 

묵상 듣기 : youtu.be/_dUcSfjq1Z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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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이라 불릴 만한 높은 산에는 꼭 그 끝전에 한계를 시험하는 듯한 구간이 등장합니다. 실제 지명이 "깔딱고개"로 불리는 지점들이 있는 것처럼 도무지 끝이 날 것 같지 않은 점에서 사람들은 되돌아 내려 갈까 아니면 계속 갈까 고민하게 됩니다. 하지만 거의 모든 사람들은 그 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계속 길을 갑니다. 분명 그 끝에는 끝이 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경험하는 우리가 어쩌지 못하는 상황들 속에서 우리는 그 끝이 분명 있다는 것으로 희망을 가집니다. 전염병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우리지만 결국 우리는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으리라고 믿고 노력하며 또 이 병이 언제쯤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희미한 희망도 가져봅니다. 

 
 

세찬 태풍에 집이 날아갈 듯 힘들어도 시간이 지나면 이 바람도 그치고 하늘은 보란 듯 가을하늘로 바뀌어 있을 것이라 알기에 우리는 소중한 것들을 지켜내려 애를 씁니다. 이렇게 수많은 것들에게는 그 끝이 있어서 우리의 좌절과 포기를 막아줍니다. 사람조차 인생의 끝이 있다고 아는 우리니까 오늘은 더 살아도 될 이유가 생기는 것처럼 말입니다. 

 
 

어떤 이들은 이처럼 세상에 보이지 않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고 말합니다. 사랑하는 마음에도 유효기간이 있고, 감정을 쏟고, 재능을 다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말합니다.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독보적인 사람들이 아니라면 그 사람은 언제나 그 때에만 존재하고 의미있는 듯 여겨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믿는 하느님은 그 한계가 없으신 분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하느님을 알고는 우리에게도 수많은 한계가 사라지게 됩니다. 우리의 생명이 이 세상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것과 함께 삶에서 유효한 사랑의 한계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 삶의 전체에 주어지는 듯 우리는 하느님의 사랑 안에 살고 우리의 실수와 잘못의 숫자와 상관 없이 우리는 늘 용서와 자비 안에서 살고 있습니다. 
 

 

물론 이 사실이 우리를 주눅들게 하거나 죄인의 삶으로 만드는 것이 이 용서의 의미는 아닙니다. 하느님의 사랑이 식지 않고 마르지 않기에 그 용서는 계속됩니다. 그리고 우리가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 이 사랑의 참된 목적입니다.

 
 

지난 주 우리는 우리가 누구도 잃어버리지 않기를 바라시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 노력을 거부한 형제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들은 이라면 그런 이를 도대체 얼마나 용서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을 가질 수 있습니다. 곧 용서의 유효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하고 말입니다. 
 

 

 

그런 우리의 질문과 생각에 예수님은 헤아릴 수도 없는 숫자와 그 끝을 지워버리셔서 한계를 없애 버리십니다.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라는 말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까지라도"입니다. 일곱의 연속과 상관 없이 '까지라도'라는 말이 붙어 숫자가 의미없게 되어 버립니다. 언제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예수님은 임금과 셈을 하게 된 종의 이야기를 들려주시며 이 임금의 큰 자비를 되돌려 버린 것은 자신 스스로 한계를 설정했던 종 때문임을 분명히 하십니다. 우리가 한계를 설정하면 그 끝에서 우리는 심판과 징벌의 하느님을 만나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므로 사랑은 그 끝을 스스로 맺어서는 안됩니다. 우리는 유한하고 한계 상황의 세상을 살지만 하느님을 아는 이유로 그 한계를 스스로 지우고 하느님을 따라야 합니다. 우리가 헤어질 수 있고 서로를 미워할 수 있는 그 지점에서 우리가 자신을 위해 세운 담을 허물어 계속 함께 할 수 있어야 하느님으로 향한 무한한 길을 걸어 행복한 길을 함께 걸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영원한 노력을 주님은 '마음으로부터 용서'라고 이야기하십니다. 우리 마음 안에서는 한계와 끝의 세상을 무너뜨려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몇 번이라도 놓지 않는 형제가 되어야 합니다. 뒤늦은 후회는 모든 실수와 잘못을 모두 불러 와서 계산해야 하는 불행을 불러 옵니다. 그러니 서둘러 담을 허물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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