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맙소사, 주님! 그런 일은 주님께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묵상 듣기 : youtu.be/Jd6riBRW7fI
예수님을 증언한 베드로. 흔들리지 않는 교회의 반석이 된 베드로가 오늘 복음에서는 사탄으로까지 내 몰립니다. 그는 주님에게 다가올 위험을 막아선 것 뿐인데 그의 충성심은 예수님의 꾸지람의 대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베드로의 태도는 사실 언제나 우리가 피해가기 어려운 마음입니다. 하느님을 믿고 예수님을 사랑하지만 우리에게 다가올 힘겨운 상황들은 되도록 피하고 또 그래야 하느님의 은총 속에 있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하느님의 뜻을 몰라서가 아니라 그것이 틀려서가 아니라 누구나 자신이 먼저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것은 당연히 옳은 일이고, 내 곁에 계신 주님이 소중한 것도 당연하지만 그러나 이 상황은 어떤 경우에도 침해받지 않아야 하고 어려움도 겪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달리 말하면 반석 위에 집을 짓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 집에는 바람도 비도 물도 들이닥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신자에게는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고 하느님을 믿는 이들에게는 어떤 해도 없을 것이라 믿는 것이 우리의 일상적인 모습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그런 우리의 태도를 당신의 걸림돌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이 걸어가시는 십자가의 길은 우리가 만든 죽음의 덫을 걷어내는 길이고, 그 길 한 가운데로 걸어들어가 길을 내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당연히 예상되는 어려움을 마주대해야 하고 피하지 않고 걸어야 합니다. 상처가 나고 죽음의 그림자가 닥쳐와도 그 모든 과정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가는 담담함도 필요합니다.
비바람이 불어오고 물이 밀려 들어와도 무너지지 않는 믿음의 집은 그렇게 증명되고 사람들에게 피난처가 됩니다. 흔들리지도 무너지지도 않는 집 그래서 누군가에게 쉼터가 되고 생명을 구하는 집이 됩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이 숱한 어려움 속에 우리는 어떤 고통도 받으려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하느님을 믿기에 어떤 해도 입지 않을 것이라 말하고 그것이 믿음인 듯 말합니다. 모두가 함께 살기 위해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가장 앞에서 바람을 막아내고 상처를 각오하기 보다 믿음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으로 설명하며 자신들을 위해 이 시기를 이용하는 이들의 모습에 차라리 베드로의 충성심은 고맙기 그지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는 십자가가 필요합니다. 지금보다 서로에 대한 숭고한 사랑이 필요한 때가 없고 서로를 지키기 위해 우리가 맞서야 할 위험을 생각하고 용기를 가지고 희생을 각오하고 이겨내야 합니다. 그것이 무엇을 걸어야 하는 것이건 우리는 사랑하는 이들을 지켜야 하고 그러기 위해 해야 할 일을 걸어야 합니다. 십자가와 사랑이라는 말이 지금처럼 현실에 가까운 말일 수 없는 시기에 모두가 힘을 내야 하겠습니다.
누구도 지려 하지 않는 십자가의 시대 한 가운데 우리는 그 십자가의 증인이라는 것을 잊지 맙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