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는 먹습니다."

 

묵상 듣기 : youtu.be/jMSTfY1Myw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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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안 부인은 예수님의 입장에서는 이방인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이 그에게 은혜를 베푸시는 것을 완고하리만큼 허락하지 않으십니다. 하느님의 뜻이 온 세상을 구원하게 되겠지만 예수님은 지금 당신이 서 계신 곳, 약속의 이스라엘을 벗어나려 하지 않으십니다. 
 

그런데 복음에서는 예수님의 은혜를 허락받은 이방인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백인대장의 고백이 그 예입니다. 종을 살리려 예수님을 찾은 백인대장은 오늘 가나안 부인과 같은 이유로 그의 청을 이루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믿음'이었습니다. 
 

이방인이라는 말은 하느님의 백성이 아니라는 무리 밖의 존재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그 무리가 지니고 있는 진리에 먼 사람들이고 다른 가치를 쫓아 사는 사람들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믿는 대상도 방법도 달라서 서로가 서로를 전혀 모르는 사람인 듯 여기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들은 자신이 살리고자 하는 종이나 딸 때문에 예수님을 찾았습니다. 그분의 능력이 그렇게 하실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찾아온 것입니다. 그렇지만 예수님의 마음이 열리지 않는 이유는 그들이 믿고 있는 것이 예수님의 능력에 대한 것이라면 그것은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을 모르고 기적의 힘만을 쫓아 현실적인 도움을 받고자 하는 것은 예수님이 지니신 그 '재주'가 필요해서 온 것 뿐입니다. 


 

이런 예수님의 견고한 태도를 바꾼 것은 두 사람의 겸손한 태도로 보입니다. 한말씀만 하소서와 자신이 강아지가 되어도 좋다는 어머니의 말이 그렇습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이들의 태도에서 보이는 것이 겸손만은 아닙니다. 그들은 이미 하느님을 신뢰하고 알고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 눈에 예수님의 모진 말씀에서 이 어머니는 강아지로 비하되는 처지에 있다 생각되지만, 이 어머니는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저 식탁에 놓여진 빵이라는 것에만 집중합니다. 지금 내 딸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이 어찌되는가가 아니라 바로 그 부스러기라도 좋으니 빵이라는 것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을 아는 어머니의 마음이 바로 예수님의 문을 자동으로 열어버린 열쇠가 됩니다. 
 

이미 하느님을 아는 이라는 말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이건 하느님께 청하는 이가 하느님을 알고 있다는 이야기이고 그것이 하느님이 우리 모두를 살리는 것으로 예수님을 통해 알려주려 하신 것이기에 그녀는 자신의 믿음으로 바로 하느님께 와 닿았다는 인정이 예수님의 말씀입니다. 


 

"아, 여인아! 네 믿음이 참으로 크구나. 네가 바라는 대로 될 것이다."


 

어머니의 사랑.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며 가장 소중하게 여겨야 하는 가치가 바로 하느님의 마음을 아는 것임을 드러내는 이야기입니다. 하느님은 세상과 우리를 창조하셨다 말합니다. 우리의 근원을 하느님께 찾는 것은 우리가 깨달음으로 특별한 존재가 되는 것이 아닌 우리가 그 사랑 안에 있다는 것을 아는 것과 그 사랑이 우리를 참 삶의 기쁨과 영원한 삶으로 인도한다는 것을 깨닫는 것입니다. 


 

하느님을 믿어 세례를 받고 아는 것은 그런 면에서 아주 큰 기쁨이고 특권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이 세상에는 이 믿음의 과정과 확인 이전에 하느님을 알고 살아가는 사랑스런 사람들이 있음을 알고 있는 것도 우리가 사람에게 가지는 편견을 없애는 소중한 가르침입니다. 


 

오늘 이 빵이 필요한 다른 누군가를 위해 우리의 경계를 허물고 담을 낮추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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