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예수님을 비웃었다."


 

99639B3A5E377FF91C04B7


 

예수님에게 일어난 두 가지 사건. 서로 엇갈린 두 기적 속에 주님의 일관된 모습과 사람들의 여러 모습들이 교차됩니다. 이야기 속의 이야기처럼 펼쳐지는 두 기적에서 우리는 두 여인을보게 되고 그들을 둘러싼 많은 사람들을 보고 있습니다. 


 

자신의 딸을 살리기 위해 주님을 찾아온 회당장 야이로는 주님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걸음을 답으로 얻습니다. 주님께 드리는 간절한 기도의 모습과 주님이 나서시는 이 과정은 우리가 주님의 은총을 얻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듯 합니다.  우리는 주님의 답을 얻기 위해 그분 앞에 꿇어 간절히 기도를 드려야 함을 알고 그러면 결국 주님이 당신의 걸음과 손길을 베푸신다고 생각합니다. 야이로의 모습은 사람들의 모범이 되었고 결국 딸은 구원을 얻습니다. 


 

그런 중 우리의 이런 생각을 뒤흔드는 사건 하나가 발생합니다. 그것도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일어납니다. 누구도 짐작하지 못한 상황 주님 곁에 몰려든 이들이 서로 밀어대는 사이에 무수히 주님의 옷깃이 사람들과 닿았을텐데 그 속에 하나의 소망이 주님의 옷깃을 만나 구원을 얻습니다. 


 

그녀는 열 두 해를 하혈하던 여인이었습니다. 주님이 걸음을 멈추시지 않았다면 그리고 그녀를 찾지 않으셨으면 누구도 몰랐을 일입니다. 그녀는 오랜 동안 아팠고 그것을 밖으로 드러낼 수 없는 병을 앓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을 숨겼기에 사람들 틈에 있을 수 있었고 아무런 희망도 없을 때 누구에게도 말 못하는 병으로 주님의 뒤를 따랐습니다. 주님의 앞과 뒤의 차이는 사람들에게 생각보다 큰 차이입니다. 


 

그 뒤에서 주님에게 뻗은 손 하나가 어떤 말도 없이 기적을 일으킵니다. 주님의 힘이 흘러나왔다는 표현이 맞겠지만 그녀의 뻗은 손이 그녀가 보인 유일한 노력이었고 보이지 않는 정성이었습니다. '그럴 수만 있다면...' 정도의 희망이 그녀의 믿음이었습니다. 그런데도 기적은 일어났고 주님은 그것을 이 여인의 믿음 때문이라고 인정하십니다. 


 

사실 이 기적은 여전히 가려져 있습니다. 그녀의 증언에 의해서만 드러났고 또 그대로 사라진 기적입니다. 그녀의 증상이 좋아진 것은 누구의 증언이 아닌 본인만 아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우리가 가진 일종의 '공식'을 무너뜨려야 합니다. 그것은 주님을 생각하는 우리의 기본적인 태도와 마음가짐에 대한 변화를 요구합니다. 


 

주님은 간절한 청으로 움직이시는 분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마땅히 그렇게 기도하고 구해야 하겠지만 주님의 근본은 숨은 생각도 아시고 가녀린 희망조차 비켜가지 않으시는 분이라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예수님을 따라나설 때도 또 소녀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보이는 것에만 반응합니다. 믿었다 불신하고 의심하는 사람들의 반응은 눈에 보이는 것에 따라 변화하고 수시로 바뀌기를 반복합니다. 그리고 성공하고 좋은 것에 서둘러 공식을 만들고 나쁜 것은 묻어 버리거나 체념해버리기 일쑤입니다. 그러나 주님은 야이로에게도 이 여인에게도 한 태도를 고수하십니다. 주님이 일어나신 것이 야이로의 정성 때문인지 아니면 딸을 소중히 여기는 아버지의 마음 때문인지를 구분한다면 하혈하던 여인이 그 해석을 도와주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믿는 하느님은, 또 우리의 믿음은 어떤 길 위에 서 있는지 구분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단지 주님을 바로 알아듣는 것이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우리가 야이로일지, 소녀일지, 아니면 그 여인일지 모르지만 우리는 어떤 것도 소중히 여기시는 하느님을 믿는 중이라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51 2020년 2월 16일 연중 제6주일 별지기 2020.02.15 7
250 2020년 2월 15일 연중 제5주간 토요일 별지기 2020.02.11 3
249 2020년 2월 14일 성 치릴로 수도자와 성 메토디오 주교 기념일 별지기 2020.02.11 1
248 2020년 2월 13일 연중 제5주간 목요일 별지기 2020.02.11 2
247 2020년 2월 12일 연중 제5주간 수요일 별지기 2020.02.10 5
246 2020년 2월 11일 연중 제5주간 화요일 별지기 2020.02.10 2
245 2020년 2월 10일 성녀 스콜라스티카 동정 기념일 1 별지기 2020.02.10 4
244 2020년 2월 9일 연중 제5주일 1 별지기 2020.02.08 6
243 2020년 2월 8일 연중 제4주간 토요일 별지기 2020.02.08 2
242 2020년 2월 7일 연중 제4주간 금요일 별지기 2020.02.08 2
241 2020년 2월 6일 성 바오로 미키와 동료 순교자 기념일 별지기 2020.02.08 4
240 2020년 2월 5일 성녀 아가타 동정 순교자 기념일 별지기 2020.02.08 5
» 2020년 2월 4일 연중 제4주간 화요일 별지기 2020.02.08 5
238 2020년 2월 3일 연중 제4주간 월요일 1 별지기 2020.02.03 8
237 2020년 2월 1일 연중 제3주간 토요일 1 별지기 2020.01.27 7
236 2020년 1월 31일 연중 제3주간 금요일 1 별지기 2020.01.27 2
235 2020년 1월 30일 연중 제3주간 목요일 1 별지기 2020.01.27 5
234 2020년 1월 29일 연중 제3주간 수요일 1 별지기 2020.01.27 2
233 2020년 1월 28일 성 토마스 아퀴나스 사제 학자 기념일 1 별지기 2020.01.27 3
232 2020년 1월 27일 연중 제3주간 월요일 1 별지기 2020.01.27 2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 19 Next
/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