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이 함께 있는 동안에는 단식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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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이 우리 안에 계셨던 시대에는 아주 많은 가치들이 충돌하고 있었습니다. 바리사이들로 대변되는 옛 가치들과 광야에서 등장한 세례자 요한의 가치 그리고 예수님으로 인해 등장한 새로운 가치가 그렇습니다. 오늘 복음 속에는 이 세 가치가 둘로 나눠집니다. 바리사이들의 제자들과 세례자 요한의 제자들이 단식을 하는 중에 그들과 같지 않은 예수님께 질문이 던져집니다. 


 

“요한의 제자들과 바리사이의 제자들은 단식하는데, 선생님의 제자들은 어찌하여 단식하지 않습니까?”


 

하느님의 백성에게 단식은 자신의 생명의 가치를 하느님께 두는 기도와 정성의 방법입니다. 아주 오래된 방법이자 모든 이에게 공감이 이루어진 신앙행위라는 것입니다. 제자들이라는 이름으로 전해지지만 백성들과 지도자들까지도 세례자 요한에게 고개를 숙인 이유는 요한이 이런 오래된 신앙의 '완성'에 가까운 인물이었기 때문입니다. 요한에게 심한 욕을 들은 이들조차도 어쩌지 못한 것은 요한이 자신들이 가르치고 말하는 것을 모두 지켜내는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어느 그림에서도 요한의 모습이 앙상하고 칼날같이 그려지는 것은 오랜 수련과 고행의 예언자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곧 단식과 요한의 모습이 서로 연결되고 이것은 이스라엘 백성을관통하는 전통적인 신앙인의 모습이었다는 말이 됩니다. 그래서 요한의 모습은 바리사이들과 다른 점이 사라집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너무 다른 모습이 존재했습니다. 그분은 언제 신앙생활을 하시나 할 정도로 틈을 보여주지 않으십니다. 그분은 홀로 계시며 고행과 극기를 하시지 않았습니다. 그분을 궁금해하는 이에게 와서 보라고 하시고 함께 주무시는 등 당신의 모든 것을 열어 보여주셨습니다. 그리고 그분과 함께 한다는 것은 그저 먹고 자고 하는 동안 우리의 삶 안에서 이루어지는 가치들 속에 하느님을 보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하늘에 가까운 가르침과 노력으로 신앙을 말하는 것과 가르침이 우리 안에 있는 것의 차이가 충돌합니다. 고행하는 스승 요한과 먹고 마시는 스승 예수 그리스도의 충돌입니다. 하나는 신앙이라는 말에 가깝고 하나는 삶이라는 단어에 가깝습니다. 예수님은 단식의 가치가 아니라 지금이 어떤 때인가를 두고 답을 해 주십니다. 


 

"신랑이 함께 있는 동안에는 단식할 수 없다."


 

단식이 의미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그 단식을 할 때가 '지금'은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예수님이 우리 안에 사시는 동안은 우리가 단식을 통해 하느님께 의지를 보이고 기도를 할 이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하느님을 마주 하면서도 그분께 기도드리겠다고 눈을 감는 것은 제대로 된 행동이 아니라고 말씀하십니다. 제자들은 지금 하느님과 함께 하는 중이고 그래서 자신의 삶 안에서 또 사람들 안에 하느님을 뵙는 중이었습니다. 
 

옛 것이 주는 가치는 '버려질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것에만 집중하여 지금 필요한 가치가 실천되지 않는 것도 합당한 것은 아닙니다. 옛 것은 옛 것대로 가치가 존재하고 새로운 것은바로 그 때에 필요한 것들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이것과 저것을 섞어 놓는다고 완전해지지 않습니다. 곧 새로운 것을 할 때는 그것에 집중해야 하고 옛 것을 지켜야 할 때는 그것으로 하느님 안에 머물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예수님의 말씀은 가치의 충돌이 아니라 '때'를 알아듣는 '분별'을 이야기한 것으로 들립니다. 지금 무엇을 해야 할 때인가를 알아 듣는 것은 지금 우리에게도 당연히 필요한 가치입니다. 우리에게도 옛 것은 여전히 존재하고 또한 지금 해야 할 새 것도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판단과 실천을 하든, 곧 단식을 하든 먹고 마시든 하느님 안에서 하는 우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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