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저분을 알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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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봐왔던 예수님의 모습은 덥수룩한 수염을 기르신 긴 반곱슬 머리의 푸른 눈이셨습니다. 그 때는 '외국사람'이었고 나이가 들면서 '백인'의 잘생긴 사람의 모습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기적에 등장하는 예수님의 모습도 늘 그랬고 우리가 그림을 그려도 예수님은 한사코 잘생긴 외국사람이었습니다. 누군가의 영화에 등장하는 예수님이 그랬고 그 옛날 그림을 통해 교리를 가르쳤던 시대의 예수님의 모습이 그랬습니다. 


 

예수님의 실제 모습을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우리는 생생하게 그분의 성체 안에 살아가는 중이지만 그분의 모습은 언제나 우리의 모습 외에 어떤 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완전히 모르는 분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주일 복음에는 세레자 요한의 고백과 증언이 등장합니다. 예수님의 세례 때를 들으며 이미 익숙한 복음입니다. 그 속에서 주님은 요한에게 세례를 청하시러 강으로 요한에게 가십니다. 요한은 자신에게 다가오시는 구세주의 모습을 하느님이 알려주신 것으로 알아보게 됩니다. 그리고 예언자로서 자신이 들은 대로 증언합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스스로 그분이 누구신지 몰랐다고 반복하여 이야기합니다. 정말 그분이 어디서 사는지 어떻게 사시는지 몰랐고 만날 것은 알고 있었으나 이렇게 만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것 같습니다. 하느님이 만드신 그림은 보았으나 그 그림이 어디서 일어날 지 누구에게 일어나는지 몰랐던 것입니다. 


 

예수님의 모습을 그린 훌륭한 그림을 볼 때마다 또 영화를 대할 때마다 어쩌면 요한이 머리 속으로 그린 주님의 모습을 우리가 따라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예수님의 모습을 '잘생겼다', 혹은 '평범하다' 는 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의미없고 경솔할 수도 있고,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최고의 모습으로 그분을 대하는 것도 잘못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예수님이 선택하신 삶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은 왜곡될 수 있는 충분한 위험성이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주님이 우리와 '다르시다'는 것을 강조하면 우리는 하느님과의 거리를 언제나 멀게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분은 늘 우리 곁에 계시고 우리가 그분 안에, 그분을 통하여 있는데도 우리에게 주님은 계속 멀리 계시는 듯 생각되면 우리의 삶이 하느님의 뜻으로 변화될 리 없습니다. 평생이 구세주를 위해 정해진 채 살았던 요한이지만 그의 발이 그 물에서 꼼짝하지 않았던것처럼 말입니다. 그는 주님 가까이에서 죽지 못했고 옥에서 주님을 의심했음을 주님께 보이며 자신의 마지막을 맞았습니다. 


 

하느님이 그 충실한 종을 사랑하셨음은 분명하지만 우리의 상상력은 빈약하기보다 너무 뛰어나서 때로 하느님을 지나치기도 한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오늘도 거리에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주님이 우리에게 다가오십니다. 그리고 그 주님의 모습이 바로 당신의 모습일 수도 있음을 기억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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