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는 더 이상 드러나게 고을로 들어가지 못하시고,
바깥 외딴곳에 머무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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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은퇴한지 한참이 되는 축구선수 박지성이 TV에서 한 말을 기억합니다. 그것은 '축구는 잘하고 싶은데 평범하고 싶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유명해지는 것은 싫고 축구는 잘하고 싶다는 그의 말은 우리의 상식을 한참 벗어나 있습니다. 또한 그것은 가능한 일도 아닙니다. 국민 모두가 기억하는 사람. 좋고 싫고의 정도가 나뉘겠지만 누구도 그를 모른다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그의 바람과는 달리 말입니다. 


 

우리에게 오신 예수님도 마찬가지의 모습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우리는 그분을 유일한 구세주로 섬기고 2천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분만 계신다면 어디든 달려갈 준비를 하고 사는데, 정작 주님은 처음부터 사람들에게 당신이 알려지시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사람들에게 알려져 기다리고 있다면 그 곳에 들어가지 못하시는 모습까지 보이십니다. 우리는 보고 싶고 함께 하고 싶은데 주님은 서운하게도 우리에게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십니다. 아니 우리에게 유명해지는 것을 원하지 않으십니다. 


 

우리를 좋아하시고 사랑하시는 주님이신데도 우리에게 거리를 두심은 이만저만 섭섭한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 이유는 분명합니다. 주님은 당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를 위해서 오셨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주님을 볼 때 그분의 능력과 은총으로 대할 것이 아니라 그분의 모습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알아들어야 하는 것이 그분의 뜻입니다. 우리가 신앙이라는 이유로 주님께서 모든 것을 '알아서 해주신다'라고 믿는 것이 어쩌면 주님이 가장 경계하셨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분은 모든 것을 아시고 모든 것이 가능하시지만 그것으로 우리가 산다고 생각하는 것은 커다란 착각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하느님 안에 살아가고 있지만 하느님은 우리를 말 잘듣는 로보트나 인형으로 만드신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존재로 하느님을 닮았고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가 스스로 가진 자유 안에서 하느님의 모상과 욕심 안에서 방황하고 있는 중일 뿐입니다. 개개인의 욕심들이 서로의 규칙을 만들어 내고 그 이상을 통제하는 것으로 사회를 이루는 것을 넘어서는 것은 하느님의 모상을 되찾음으로써 가능합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그것이 구원의 길임을 보여주셨고 하느님이 항상 우리를 사랑하고 계심을 알게 해 주셨습니다. 


 

곧 예수 그리스도라는 한 개인의 이름이 사람들에게 절대화되는 것이 주님의 바람과 삶의 이유가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곧 우리는 그분의 진심을 청했던 이처럼 주님이 우리에게 바라시는 것도 알아들어야 합니다. 우리가 주님처럼 세상을 살아야 하는 것이 주님의 바람이십니다. 그러므로 열심이라는 말로 주님께만 모든 것을 다 미뤄버리는 우리의 태도는 수정되어야 합니다. 유명해지기는 싫으나 하느님의 뜻은 잘 전하고 싶어하신 주님의 뜻을 우리가 꼭 따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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