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오천명을 먹이신 기적이 끝나고 이어지는 이야기는 예수님의 초자연적인 사건인 '물 위를 걸으신 기적'입니다. 사람들은 지금도 흉내를 내가며 '물 위를 걷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가를 두고 이야기합니다. 주님의 능력의 크기를 잴 때 이어지는 빵의 기적과 물 위를 걷는 기적은 대표적인 예수님의 능력으로 등장하곤 합니다. 그렇지만 이 기적은 빵의 기적만큼 예수님의 진심을 뒤바꾸어 놓은 사건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 착각은 우리가 만들어 낸 것이지만 말입니다.
이 두 이야기는 서로 연결되는 이야기이고 이 이야기의 배경은 제자들에게 그 이유가 있습니다. 그들이 자연의 재해를 만난 것이 실제 이유라면 그 배경은 제자들이 스승의 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했고 적극적으로 거절했기 때문입니다. 늦은 시간 사람들을 그냥 돌려보낼 수 없었던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이 사람들을 먹이자고 청했으나 그들은 현실적인 이유로 스승의 마음을 밀어 내었습니다. 그 결과 스승에게서 그들이 첫번째로 밀려 났습니다.
제자들은 스승 없는 배에 올라 먼저 호수를 건너야 했습니다. 주님은 혼자 그 많은 이들을 돌려 보내셨고 홀로 그곳에 남으셨습니다. 사람들은 그 모습을 생생히 기억했고 그 다음날 해가 뜨자 주님을 찾아 그곳으로 돌아옵니다. 그 전 제자들은 떠났고 주님 혼자 계신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주님이 없는 호수. 바람이 불어 풍랑이 일어납니다. 예수님이 걸으신 물은 잔잔한 호수가 아니라 풍랑을 뚫고 오신 것입니다. 이유는 제자들을 '구하기 위해서'입니다. 스승은 제자들을 나무라셨지만 그들을 버리지 않으셨습니다. 그래서 불길이든 물길이든 그분에겐 제자들만 보였던 것입니다.
우리에게 주님의 사건은 늘 멈춰진 그림처럼 느껴지지만 주님의 모든 사건은 늘 생생한 살아있는 상황 속에 이루어졌습니다. 주님이 제자들을 만나서 하신 말씀에 그분의 마음이 들어있습니다. 그리고 그 기적의 실제 내용이 또한 담겨 있습니다.
“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제자들 곁에 항상 함께 하시는 주님은 사랑이십니다. 우리의 실수와 무지함 속에 우리가 그 탓으로 버려진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의 지나친 착각입니다. 하느님은 정작 언제나 우리를 보시고 우리가 당신 안에서 항상 안심하며 살기를 바라십니다. 풍랑은 제자들에게 자신의 탓으로 죽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게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 생각이 입밖으로 나오기 전 주님은 그들 곁에 계셨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느님의 마음에 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이들을 봅니다. 그들은 열심하고 굳은 신앙생활을 하는 중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들도 힘을 뺄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기쁨보다 무조건 외우듯 하느님은 사랑이시라 고백하고 무조건 믿어야 좋은 일이 생긴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굳은 생각이 예수님의 말씀으로 좀 녹아내리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