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나는 보았다.
그래서 저분이 하느님의 아드님이시라고 내가 증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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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례자 요한이 오늘은 예수님에 대해 증언합니다. 구세주이십니다. 그리고 자신이 예언한 바로 그분이십니다. 


 

"보라,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 저분은, ‘내 뒤에 한 분이 오시는데, 내가 나기 전부터 계셨기에 나보다 앞서신 분이시다.’ 하고 내가 전에 말한 분이시다."


 

예수님이 누구신지 하느님 아버지께서 알려주신 내용을 눈으로 확인하고 그대로 전하는 예언자의 사명을 충실히 수행하는 요한의 모습입니다. 요한의 눈에 비친 예수님은 놀라운 모습이었습니다. 


 

"나는 성령께서 비둘기처럼 하늘에서 내려오시어 저분 위에 머무르시는 것을 보았다."


 

한 사람만 비추는 햇살처럼 비둘기와 같은 성령이 내려와 머무는 한 사람을 본 요한은 그가 예고받은 사람이 나타났음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있는 그대로 사람들에게 전합니다. 그의 예언은 누가 들어도 특별한 한 사람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는 이 예언과 더불어 또 한가지의 말을 덧붙입니다. 


 

"나도 저분을 알지 못하였다."


 

요한은 분명 하느님의 사명에 충실했고 그를 통해 예수님은 세상에 증언되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을 하느님의 어린양으로 고백한 요한은 예수님의 모습에 놀란듯 보입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무지에 대한 고백보다 예수님에 대해 자신이 증언하는 이유를 밝힙니다. 후에 그의 이 말이 그가 왜 이 하느님의 어린양을 따라나서지 않았는지를 알게 합니다. 


 

"과연 나는 보았다. 그래서 저분이 하느님의 아드님이시라고 내가 증언하였다."


 

그는 하느님이 알려주신 것을 직접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내용을 증언합니다. 그런데 그의 말 중 '그래서'라는 말은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꺼내는 말이고, '하느님의 아드님이시라고'라는 말은 그가 전해 인용하고 있음을 드러냅니다. 만약 누가 보아도 찬란하신 예수님이셨다면 그는 "저분이시다"라는 말로 충분했을 겁니다. 그러나 그의 말은 예수님의 모습이 그의 상상과는 달랐음을 알게 합니다. 물론 이것은 뒤에 드러난 그의 '의심'을 바탕으로 말하는 것이지만 그렇게 보면 그는 이 때부터 주님을 믿기에 주저했던 듯 보입니다. 


 

그가 몰랐던 주님. 그것이 그에게도 백성들에게도 기대감을 크게 만들었지만 죄인들 사이로 걸어 물로 들어서시는 주님을 그는 이해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그가 하느님의 사람임에 틀림 없지만 그가 생각했던 이스라엘의 모습에 필요했던 구세주는 적어도 자신을 기준으로 더 높고 대단한 분이어야 했을테니까요. 그는 '신발'을 통해 주님을 사람들에게 전했고 그 신발은 '주인의 것'을 상징했습니다. 


 

그러나 주님이 그에게 고개를 숙이셨고 그의 손에 그분의 머리에 끼얹을 물이 담겼습니다. 그렇게 주님은 사람들 사이에 계셨고 사람들과 떨어져 살았고 사람들 위에 내리치는 천둥과 같은 소리로 살았던 그에게 이 구세주는 그저 '몰랐던' 사람이었을 뿐입니다. 그래서 그는 그분을 따라나서는 대신 세례를 계속했던 것 같습니다. 감옥에 갇혔을 때 그의 태도는 그 마음을 드러내는 행동일 수 있습니다. 


 

주님의 성탄에서 공현으로 이어지는 모든 사건은 이런 주님의 실제와 요한에게서 물려받은 상상 속 어디쯤에 걸려 있습니다. 그러나 굳이 그 정도를 논하자면 요한의 증언에서 주님을 더 가깝게 그리고 있는 모습입니다. 주님이 증언되어도 그 증언의 사람이 주님을 굳게 믿지 않으면 그 누구도 주님을 하느님의 어린양으로 확고히 따를 수 없음을 봅니다. 시각의 차이는그 때와 지금이 다릅니다. 그 때는 요한이 메시아에 가까웠고 주님은 누구도 알지 못하는 사람이었으니 주님이 시작하신 공생활의 시작이 어떠했을지 능히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구원은 하느님의 것이지 우리가 지도자로 여기는 이의 상상 속 구원이 아닙니다. 그리스도의 구원의 길을 따르는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우리가 생각해보지 않았던 그리고 사회가 그리던 권력과 조직과 질서와 다르기에 우리가 주저하는 것입니다.  


 

주님의 공현, 곧 주님의 두 번째 탄생이자 세상에 증언된 구세주의 이야기가 다가옵니다. 그러나 공현의 주님에 대한 증언 역시 세상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었습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 때 아기 예수님을 본 이들은 모두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졌음을 보고 믿었다는 것입니다.  무엇을 믿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고 굳은 믿음을 지니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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