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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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가 알려준 예수님의 탄생의 예고가 등장합니다. 이미 세상에는 하느님의 은혜로 신비로운 임신을 한 엘리사벳의 이야기가 퍼져 있었을 겁니다. 이 유명한 이야기에서 아주 먼 곳 나자렛에서 일어난 천사의 이야기는 한 집에서 조용히 벌어집니다. 성전의 성소에서 일어났던 세례자 요한의 예고와는 전혀 다른 장면이어서 천사의 등장이라해도 누구 하나 믿어줄 사람도 없는 사건이었습니다. 


 

그 곳에서 아직 세상을 모르는 그래서 부족함이 많은 한 어린 소녀가 천사를 만납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인사말에 놀란 마음에 곰곰히 생각하는 것이 전부였던 이에게 천사는 놀라운 이야기를 건넵니다. 


 

예수란 이름의 아이가 태어날 것이라는 예고. 곧 구원이라는 이름의 사람이 찾아오리라는 이야기입니다. 하느님을 생각하며 모두가 말하는 구원이 한 어린 소녀에게서 시작된다는 것. 하느님의 아들이라 불릴 분이 태어나 다윗에게 주신 왕위로 영원히 다스리시라는 상상조차 불가능한 이야기를 전해주는 천사의 이야기에 마리아의 질문은 단 하나였습니다.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부족함. 구원이 이루어지기에 가능하지 않은 조건들을 모두 갖춘 이가 하느님의 계획 앞에 섰을 때 그 내용의 크기나 화려함이 아닌 자신의 부족함을 먼저 고백하는 모습입니다.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 그래서 어떤 중요한 일이라하더라도 받아들이거나 수행할 수 있는 근거나 가능성을 점치기 어려운 상황을 알리는 마리아의 고백에 천사는 가장 유명한 이의 이야기로 이 일을 이루려 하시는 분이 누구신지 알려줍니다. 
 

엘리사벳의 이야기가 알려준 교훈은 하나였습니다.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


 

주님의 어머니에게 필요한 이야기는 이것 하나였습니다. 하느님의 뜻은 준비에 비례해서 이루어지는 우리의 일과는 다르고 하느님의 뜻은 모든 불가능과 부족함에도 우리에게 일어나며 우리의 구원 역시도 그러하다는 것입니다. 모든 것이 불가능한 상황. 준비를 생각조차 못하는 처지이지만 주님이 세상을 구원하시려는 뜻이라면 그 뜻을 받아들임에 겸손이나 자신에 대한 준비를 고려할 이유 없이 따르는 것이 할 수 있는 전부라고 판단한 이의 대답은 모든 고민들이 지워진 내용이었습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세례자 요한의 이야기를 떠올려보면 천사가 들어야 하는 말은 수용의 이야기가 아니었을 겁니다. 어떻게도 이루어질 일이었으니까요. 그러나 이 이야기에 예수님의 어머니는 '아멘'이라는 응답으로 이 놀라운 사건의 중심에 뛰어 듭니다. 주님의 종이라는 말은 자신의 주도권이 사라졌음을 말하고 '뜻대로 하십시오'라는 말과 같습니다. 지독한 수동적인 표현으로 볼 수도있는 이 표현이 자발적인 판단에 의한 것이라면 이것은 신뢰의 깊이를 나타냅니다.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자신 스스로도 바라며 그것이 부족한 자신에게서 일어날지라도 그러길 바라시는 하느님께 모든 것을 맡긴다는 뜻입니다. 아들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것, 다윗의 왕위로 영원히 다스릴 것이라는 예언의 크기보다 이 어머니에게는 하느님이 세상을 구하시려 한다는 것에 대한 의지를 수용한 것이 더 컸습니다. 자신은 아무것도 아님에도 아버지의 뜻을 이룰 수 있는 도구가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순명의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 겁니다. 


 

참. 아멘 하기 어려운 세상입니다. 차고 넘치면 교만으로, 부족하면 겸손으로 아멘하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은 하느님의 뜻이 도대체 누구에게서 이루어질 수 있을까 고민스럽기도 핣니다. 제발 아멘했으면 합니다. 하느님의 뜻이 옳다는 것은 모두가 안다고 말하면서도 어떻게든 그 일에 손을 빼는 것은 안다고 말할 수도 없음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에게 희망이 없는 것이 아니라 희망이 될 사람이 없음이 큰 걱정입니다. 


 

없다면 그리고 쓰시겠다면 그저 '아멘'해야 하겠습니다. 예전보다 쓸모는 많이 없어진 듯 싶어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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