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2일 대림 제1주간 월요일

by 별지기 posted Dec 01, 2019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많은 사람이 동쪽과 서쪽에서 모여 와,
하늘 나라에서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과 함께 잔칫상에 자리 잡을 것이다."


 

99F5F4495DE3BA434167F2


 

우리는 지금 대림절 시작에 와 있고, 언제라도 오실 주님을 기다리는 우리에게 예수님은 이미 우리에게 오셔서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보여주셨습니다. 주님의 두 번의 오심을 기다리는 우리가 이 시기를 기쁘게 지낼 수 있는 것은 우리에게 오실 때 우리의 상상을 기분좋게 무너뜨리신 당신의 마음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때나 지금이나 주님의 오심에 대해 두려워하고 무서운 듯 말하고 행동하는 이들도 있지만 우리가 기억할 수 있는 예수님의 모든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어떤 '자리'가 아니었고 그냥 우리의 세상에 누구나 자리하는 곳으로 오셨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주님은 그 모든 조건을 이유로 우리를 벌하시거나 그 힘겨운 인생들을 저주하지 않으시고 그들과 함께 자리하시고 세상을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마음이 우리가 만들어 낸 것들과 전혀 다르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셨습니다. 


 

그분은 우리를 '주님'으로만 부르는 종이 아니라 친구로 여기셨고 우리를 위해 죽을 수 있는 사랑을 가르침 뿐만 아니라 직접 보여 주셨습니다. 우리의 기억에 놓여 있는 예수님의 기억의 흔적은 마굿간과 십자가가 전부지만 그 어느 것도 예수님은 비참하게 만들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그것을 선택한 것은 우리일 뿐 주님은 그 마굿간에서도 세상을 구하러 태어나셨고, 치욕적인 죽음의 십자가에서도 우리를 용서하셨습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백인대장에게 종이 그랬습니다. 그가 주님을 찾아 온 이유는 그의 소유였던 종이 아닌 '꼭 살려야 했던 벗'으로서의 한 사람이었습니다. 사회적 지위가 있고 그 테두리 안에 있던 이들이지만 이미 백인대장은 그 틀과 규범을 넘어 종을 위해 주님을 찾아와 부탁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한 없이 낮춘 자세로 주님의 말씀 한 마디만을청합니다. 


 

그에게서 볼 수 있는 것은 주님에 대한 믿음과 함께 사람을 대하는 태도입니다. 만약 우리가 그라면, 혹은 그 종이라면 그들은 함께 있는 순간이 기쁨으로 가득했을 겁니다. 서로 사랑하며 의지하는 벗들이 서로의 아픔을 대하는 태도가 그 사실을 반대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님은 당신을 닮은 백인대장을 칭찬하십니다. 그의 벗을 위한 사랑에 기쁜 마음으로 일어서신 주님에게 그는 하느님을 대하는 믿음을 또 한 번 확인하시고 큰 기쁨 안에 계시는 모습을 보여주십니다. 


 

주님이 원하시는 우리의 모습. 그리고 우리가 믿음이라고 말하는 것이 모두 이 백인대장, 곧 이방인에게서 드러나는 것에 대해 예수님은 이스라엘에 무거운 이야기를 건네십니다. 


 

 "많은 사람이 동쪽과 서쪽에서 모여 와, 하늘 나라에서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과 함께 잔칫상에 자리 잡을 것이다."


 

이스라엘에서 찾아 볼 수 없는 믿음. 그들의 입에는 항상 하느님이 머무르지만 그들의 진짜 삶에서 전혀 느낄 수 없는 하느님을 이방인에게서 확인하시는 예수님의 말씀은 하느님의 자녀로 이 대림을 보내는 우리에게 어쩌면 희망일 수도, 또 절망적일 수도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너나 없이 우리가 새로운 이스라엘이라고 여기는 중이니 말입니다. 


 

잔치 사진을 찾다가 빈 의자가 가득한 사진 한 장을 발견해 옮겨 놓습니다. 그 옆자리를 거절한 이들은 모두 자신의 정당함과 자신감을 내비치지만 정작 저 곳은 사랑하는 벗을 위해 수고하고 하느님의 사랑을 아는 이들로 가득할 것입니다. 그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도록 좀 더 사랑하고 좀 더 노력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