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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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과 연시가 단 1초로 나뉘 듯 그리스도인들의 한 해 역시 같은 시간을 타고 넘어갑니다. 그리스도왕 대축일을 중심으로 흘러나오는 세상 종말과 예수님 재림에 대한 이야기가 대림에도 이어지는 것은 그 기다림과 완성의 시간을 우리가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 날이 오늘이 아니기에 내일로 넘어가는 것은 옛날에도 또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작년에도 이 시기에 촛불을 밝히며 대림을 시작했고 다시 오실 예수님을 기다렸습니다. 그렇게 대림초 하나에 붙여진 천년의 시간이 말해주는 것은 예전 예수님이 우리에게 오실 때도 그렇게 우리는 4천년을 하루 같이 기다렸다는 뜻이고 그 기다림이 올해도 또 이렇게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아침 미사. 밝혀진 촛불이 유난히 길다는 생각을 하며 계단을 밟았습니다. 늘 오르는 제대. 그러나 시간은 흘러 한 해를 넘어 예수님이 오실 길을 또 준비하는 듯 제대에 입맞춤을 합니다. 촛불 넘어 사람들. 어제의 사람들과 다를 바 없지만 우리는 시간을 넘어서 다시 한 해만큼 나이를 먹었고 시간을 보낸채로 주님을 맞이합니다. 


 

언젠가 성당 어느 곳에 마굿간이 놓여지고 그 속에 구유에 아기 예수님을 모실 겁니다. 이 재현은 우리가 그 옛날 하느님이 세상에 오심을 알아차리지 못했고, 그분이 우리와 같이 계시리라 짐작하지도 못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분이 그렇게 태어나셨다는 것을 마치 미리 계획하신 듯 이야기하는 우리들이지만 복음은 그들이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우리는 깨어있지 못했고 그래서 그분에게 사람의 자리가 아닌 동물의 자리를 내어 드린 것입니다. 


 

4천년을 기억해 초를 준비합니다. 그리고 그 초에 색을 입히는 관습을 반복합니다. 점점 흰색으로 변해가는 그 초를 보며 우리는 기다림의 색을 표현하고 희망을 말합니다. 그러나 실제 그 희망은 이 변해가는 초의 색과 같지 않습니다. 그 날은 주님의 말씀처럼 갑자기 찾아옵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디로 갈 시간도 준비도 하지 못합니다. 우리에게 성탄은 또 다시 4천년 아니 그 이상의 시간일지라도 언제나 바로 눈 앞에 벌어지는 현실과 같아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준비가 아닌 실제의 마음으로 이 시간들을 보내야 합니다. 어제가 아니니 오늘일거라는 생각으로 사랑하고 사랑하며 이 날 우리가 보통의 어느 날을 바로 주님이 오시는 날처럼 준비하고 단장된 따뜻한 방 한칸을 내어 드릴 수 있도록 해야 성탄은 비로소 우리에게 '허리를 펴고 고개를 들 수 있는 날'이 될 것입니다. 


 

성탄을 기다리며 옛 것들을 준비합니다. 수녀님은 말씀사탕을 준비해 나눠주고 성탄 찰고문제를 내며 옛 기억을 떠올리고 교우들에게 판공을 봐야만 제출할 수 있다는 억지스런 고집도부려봅니다. 모두가 어서 빨리 주님의 오심을 준비하자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주님께 매일 매일을 "꼭 오늘 오세요"라고 말할 수 있는 우리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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