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그것을 보고 여름이 이미 가까이 온 줄을 저절로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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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이 분명했던 어린 시절을 기억합니다. 선생님은 그런 우리 나라를 자랑하셨고 우리는 산 속을 흐르는 물을 두 손으로 떠 마시면서도 아무런 걱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외국에는 물도 사먹는다는 이야기로 우리에게 자연보호의 중요성을 이야기하셨습니다. 웃었지만 지금은 우리가 그 지경이 되어 있습니다. 삼천리 금수강산은 온데간데 없고 이제는 생수가 없으면 생각할 수 없는 나라에 사는 중입니다. 


 

이렇게 되는데 몇 년 걸리지 않았습니다. 상황이 나빠지는데 누구의 탓이라고 할 것도 없이 모두가 한꺼번에 허물어져 버린 느낌입니다. 예수님의 이야기에서 '멸망'이라는 단어를 발견하는 것은 우리가 오래 전부터 해 오던 일입니다. 그 일이 언제고 일어난다는 것에 두려움을 가지고 사람들은 둘로 나뉘었습니다. 하느님을 믿으면서도 그 멸망의 날을 두려워하며 공포에 가까운 이야기들로 사람들에게 겁을 주며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우리가 정작 할 수 있는 일은 그 날을 생각하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하면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수차례 그 종말의 징조들은 다가왔고 지나쳤습니다. 그러면서 우리의 상황은 점점 더 나빠져 왔습니다. 세상은 점점 더 이기적인 곳으로 변했고 하느님을 믿는 이들도 세상의 구원보다는 자신의 구원에 더 관심을 가지고 그것을 강조하는 곳마다 부유함을 담보 받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그렇게 어떤 종교는 성공을 하면서도 세상을 더 험한 곳이라 말해왔고 하느님을 믿고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곳은 더 어렵고 험난한 세상 앞에 서야 했습니다. 


 

겨우 몇십년 만에 자연을 잃었고 사람들의 착한 심성을 기대하는 마음이 어리석은 것이 되어 버린 세상에 성직자로 산다는 것은 무엇을 먼저 해야 하고 지켜야 할지 방황하는 지경에까지 몰린듯 합니다. 차라리 내가 잘하는 것을 하고, 내가 하고 싶은 것으로 사람들을 초대하여 '내 사람, 내 신앙, 내 행복'을 추구하는 것으로 이제라도 갈아타는 것이 더 좋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라는 보이지 않은 유혹들을 거의 매일 느낍니다. 


 

예수님은 자연을 보며 계절을 유추할 수 있는 지혜를 가진 우리라면 그 날도 알 수 있을 것이라 이야기하십니다. 그런데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 가는 이 나쁜 상황들을 이미 아셨던 주님인 듯 그 날은 분명 찾아올 것 같습니다. 우리가 그날을 만들고 주님이 그 위험 속에 구원의 걸음을 하실 것을 믿는 우리는 마지막까지 세상을 지키고 자리를 지키며 사랑을 실천해야 할 것입니다. 자연의 호소를 듣고 보면서도 알아차리지 못한 우리가 답답하지만 그럼에도 마지막까지 희망도 우리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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