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가 다른 이들을 구원하였으니,
정말 하느님의 메시아, 선택된 이라면 자신도 구원해 보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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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입니다. 연중 마지막 주일이고, 한 해 마지막 남은 한 주간의 첫날입니다. 한 주간으로 일년을 다 정리할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우리에게 분명히 되돌아 봐야 하는 것은 우리가 그리스도를 왕으로, 곧 우리의 삶의 기준이자 모범으로 살아왔는가 하는 점입니다. 


 

그리스도를 왕으로 고백하는 것은 우리가 하느님의 뜻 앙에 산다는 것이 곧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따르고 순명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복음은 주님께서 늘 아버지의 뜻대로 살아가셨음을 알려줍니다. 곧 아들은 아버지의 뜻을 따라 살았고, 우리에게 당신의 삶을 모범으로 남겨 주신 '새계명'을 따라 살아가는 것이 곧 그리스도인의 삶입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의 마지막 장면입니다. 그 속에서 예수님은 세 가지 부류의 사람들의 공통된 이야기를 들으십니다. 십자가에 못박히신 예수님께 백성의 지도자와 이방인인 군사들, 그리고 같은 처지의 죄인들은 예수님께 '내려가라'고 말합니다. 남을 구원하였다면서 자신도 구해보라는 것이 그들의 이야기였습니다. 


 

그럼에도 예수님은 그 십자가의 자리를 지키셨습니다. 그분의 능력을 아는 이들이라면 당장 내려오실 수 있었을텐데도 예수님은 그 위에서 목숨을 다하십니다.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르는 우리에게 예수님께 던져진 이 물음은 큰 장애물이 되고 맙니다. 남을 돕고 함께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내용이지만 우리는 그 사이에도 늘 우리 자신을 중심에 놓고 우리를 위해 결국 다 하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고 맙니다. 혹은 내가 있어야 남도 있고, 내가 행복해야 남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으로 그 생각을 늘려 갑니다. 그러다 보면 우리가 주님을 믿는다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하면서도 주님도 우리를 위해 필요한 분으로 만들고 맙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내려 오지 않으셨기에 결국 백성의 지도자들은 자신들이 없애려 했던 이의 모든 것이 하느님의 뜻임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분에게 모욕하고 채찍질을 했던 군사들도 자신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능한 의인을 기억 속 가득 채우게 됩니다. 그리고 죄인의 삶을 살던 이는 그에게도 하느님의 은총이 주어질 수 있음을 믿고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그리스도왕이 온 누리의 임금이라는 말은 세상 모든 이에게 하느님의 뜻을 전하고 가르치며 살도록 다스리시는 구원의 왕이라는 뜻입니다. 우리는 그분을 왕으로 섬기며 자신이 아닌 모두를 사랑하는 법을 배웠고, 그 사랑의 규칙이 새로운 계약의 내용임을 알아들으며 세상 안에서 살며 영원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중입니다. 


 

자신을 위해 십자가에서 내려 오지 않는 예수님을 '능력 없다'고 조롱하던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어쩌면 그들의 조롱이 맞는지도 모릅니다. 예수님은 당신을 구할 생각도 가지고 있지 않으셨으므로 그것이 당신의 무능력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 무능력이 아닌 사랑으로 우리를 행복하게 하시고 아버지를 기쁘게 하셨던 예수 그리스도로 인해 우리에게 구원의 길과 문이 열렸음도 분명합니다. 

그 길로 일년을 달려 왔는지 살펴볼 일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당장이라도 길을 돌려 바른 방향으로 돌아서야 합니다. 곧 회개는 아직도 필요한 가치입니다. 힘이 어디에 있건 그것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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