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인내로써 생명을 얻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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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가난한 이의 날"입니다. 한 해가 저물어 가는 시기에 그리스도왕 대축일을 남겨 놓은 전례력에서 그 마지막의 앞자리를 가난한 이들에게 비워주며 우리는 한 해의 신앙생활을 정리하게 됩니다. 세상에는 '가난'이라는 단어를 바라보는 두 시선이 존재합니다. 그것은 상대적인 것이 아니며 서로 연결되지만 전혀 다른 뜻으로 받아들여 집니다. 그리스도인도 가난에 대해 정확한 구분을 할 이유가 있습니다. 가난에 대한 시선은 우리의 신앙의 근본을 보여주는 가장 실천적인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가난은 '죄'에 가깝습니다. 없다는 것이, 굶주리는 것이 잘못일리 없지만 다른 한편으로 사회나 세상은 이 결함을 '죄'로 몰아갑니다. 그리고 그 이유에 관한 아주 많은 공격들로 허기진 이를 죄인으로 몰아가고 무가치한 존재, 혹은 동정심의 대상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살 수 있다는 것이 그래도 희망이라 말하지만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삶의 주인공에게 보내는 동정어린 시선일 수 있습니다. 


 

교회도 이 가난을 싫어합니다. 교회가 가난을 대하는 태도는 적어도 우리 중에는 가난한 이가 없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랑의 우선적인 선택은 가난한 이를 살피는 것이고 그를 가난에서 일으키는 것이어야 합니다. 사회의 제도든 우리의 삶의 현장이든 그것이 우리가 해야 할 첫번째 사랑의 실천입니다. 그래서 동반되는 가치는 죄에 대한 '용서'입니다. 세상이 단죄한 죄를 죄가 아님을 밝히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고, 이 삶에서 그들을 구하기 위해 삶의 도움부터 생각과 제도의 개선까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합니다. 


 

또한 교회는 이 가난을 사랑합니다. 우리가 가난한 이를 돕고 우리 중 누구도 힘겹게 살지 않도록 하기 위해 우리는 스스로 가난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은 마음에서부터 욕심과 집착을 내려 놓는 것을 말하며, 근본적으로 집어 들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그렇게 마음이 가난한 이는 자신의 처지와 상관 없이 어느 때나 사랑으로 모든 이와 함께 합니다. 


 

이기적인 세상, 개인주의가 만연한 세상에 이 가난의 선택과 관심은 모두 조롱거리일 수 있습니다.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 좋은 일도 할 수 있다는 것이, 내가 가진 것이 있어야 남도 도울 수 있다는 것이 공공연한 상식이 되어버린 세상에 그리스도의 삶은 조롱거리이고 위험한 시도입니다. 멈추고 퇴보하는 듯 보이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더 벌 수 있는데 손해를 보는 것이고 남들에게 뒤쳐지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아니 비참한 인생들의 인기를 얻기 위함이라고 조소를 당하는 선택입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이 가난을 선택하지 않고,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우리의 이 아름다운 성전은 사실 돌 위에 어느 돌 하나도 얹혀있지 않는 무너진 것과 다를바가 없습니다. 그리스도를왕으로 고백하는 우리가 그분의 백성이라면 당신을 위해 성전 대신 십자가를 세운 이들을 위해서도 그곳에 오르신 주님을 따라야 합니다. 죄 없는 분이 죄인이 되신 순간이 있어서 세상은 참으로 무죄한 이의 부활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뜻이 분명해 졌습니다. 


 

그것을 아는 이는 수도 없이 치밀어 오르는 부에 대한 욕망을 참을 수 있어야 합니다. 어리석음에 대해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의 신앙이고 우리가 함께 가는 천국의 비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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