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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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들의 종"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교황님이 자신을 표현할 때 쓰시는 것으로 교황권이 지배가 아닌 섬김임을 설명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종이 된다는 것, 그리고 그 종들의 또 종이 된다는 것처럼 겸손한 표현이 있을까 싶은데, 현실에서 우리가 느끼는 것은 지극히 '아름다운 표현이나' 현실적이진 않다고 생각이 듭니다. 
 

가장 윗자리이지만 가장 낮은 자리라 생각하는 것.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행동하는 것은 누구도 그 기준을 말하지 못하는 홀로 선택하고 실천해야 할 일입니다. 물론 모델은 있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그 모델은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분이 우리에게 하셨던 모든 것, 하느님의 아들이시지만 사람의 아들이 되셨고 우리 중에 계셨으며 우리 모두에게 하느님을 선물했던 예수님의 모든 생애의 모습은 누구의 위에 선 적 없는 분이셨습니다. 


 

결국 가장 높은 곳에 오르셨을 때 우리는 그분을 세상에서 가장 낮은 처지의 사람으로 몰았습니다. 곧 본보기로 몰아 십자가에 달아놓고 왕이라 말했던 것이 우리의 행동이었습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이들에게 자신들이 하는 일이 어떤 결과를 바라거나 축복으로 돌아오는 수고가 아니라 '당연한 일'을 하는 것임을 명심하게하십니다. 섭섭할 수도 있고 말이 되지 않는다 생각할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어떤 일을 하든 그 보상이나 칭찬이 오래갈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오래된 수고는 그 주변엔 어느새 특정한 이에게 쏠리는 기술이 되거나 그 당사자는 권력자가 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물론 새로운 더 큰 권한을 지닌 이가 나타나면 계속 유지하거나 아니면 소리 없이 내려오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적어도 분명한 것은 모두가 종의 신분을 잊었거나 처음부터 잘못 알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종들의 종'을 이야기하신 교황님의 말씀을 들을 때 감동했습니다. 그러나 어디에서 찾아도 그 뜻을 실제 느낄 수 없는 현실은 그 감동이라는 것이 상상이나 묵상에 멈추어 있을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자신의 사람들에게만 종의 정신을 가르치고 정작 해야 할 일은 임금이나 권력자의 자리에서 고뇌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아무의 제지나 지적을 받지 않는 이의 선택에 맡겨져 있습니다. 


 

눈을 들어 위에 있는 이에게는 늘 '종의 섬김'을 기준으로 비판의 날카로운 화살을 쏘아대며, 자신의 아래에 있는 이들에게는 자비로운 권력자 이하로는 결코 내려가려 하지 않는 것. 그것은 반성하거나 통회해야 할 일이 아니라 완전히 '달라져야 하는 일'입니다. 내려가려 하는 이들은 그 발걸음을 멈추고 처음부터 가장 낮은 곳에서 생각과 행동을 시작해야만 그 가치가이루어질 것입니다. 



 

이런 행동이 누군가에게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모릅니다. 오히려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으로 여겨질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그 때도 우리는 어떤 일을 결정해야 하고, 사람들의 다수의 의견일지라도 옳지 않은 일은 거절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권력자이나 섬김의 삶.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론 시작과 근본의 잘못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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