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세관장이고 또 부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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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캐오라는 사람. 그의 작은 키 때문에 사람들에게 '돌무화과나무'와 함께 기억되는 인물입니다. 그러나 정작 자캐오의 특징은 그는 세관장이었고, 부자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이유로 그는 누구도 그에게 길을 비켜주지 않는 '미움 받는 죄인', '돈 많은 죄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을 채우는 그의 모습은 그의 작은 키와는 전혀 다른 특징입니다. 그는 예수님이 만난 복음 속 어떤 이들보다 다르고 특별합니다. 곧 보통은 예수님의 비난을 받고 위선을 들켜야 할 대상이 구원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민족의 등을 치고 더 큰 고통을 주어 자신의 부를 늘려간 세관장, 그는 민족의 죄인이자, 의인의 삶과는 전혀 관계 없는 사람들의 고혈을 빨아대는 질 나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예수님을 보려 나무에 오른 것은 그가 얼마나 사람들 사이에 격리된 인생이었는가를 보여줍니다. 누구도 이 돈 많은 부자에게 길을 터줄 생각이 없었고 그런 상황을 그도 너무 잘 알고 있었기에 그는 도리 없이 그의 발 아래 가만 있는 나무의 도움을 받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복음에서 구원을 선언받는 그의 말들은 그의 전 재산의 절반을 가난한 이들에게, 그리고 그가 횡령한 돈은 네 갑절로 값는다는 약속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의 돈을 주님께 바친 것도아니고 그가 스스로 자신의 재산을 어떻게 할 것인가 선언한 것이 전부임에도 예수님은 그의 말을 믿어 주십니다. 


 

만약 그가 그 약속을 지킨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그는 더 이상 세관장을 못하게 됩니다. 그의 재산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지만 절반을 잃고 그나마 지금까지 그도 모르는 잘못들을 네 갑절로 값는다면 세관장은 물론 부자라는 자리마저 잃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그가 사람들의 사랑을 얻고 행복하게 살 수 있었으리라 상상하는 것은 동화책에서나 가능한 일입니다. 아마 그는 나누어주면서도 비웃음을 사고, 값으면서도 욕을 들을 것이 뻔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의 결심은 그런 결론이 아니라 그가 이제부터 어떻게 살 것인가를 결정한 것에서 이해되어야 합니다. 그는 평범한 사람이 되기에 오랜 시간을 거쳐야 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런 결심조차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기에 그는 시작을 할 수도 없었음을 생각한다면 주님이 부자인 그의 집에 가난한 이들이 아닌 바로 그의 이 고백을 들어주셨음은 우리에게도 많은 생각할 것을 제공합니다. 


 

시끄러운 세상. 어떤 것이 옳은 것인지조차 구분하기 힘든 세상에 사는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것들로 서로 갈라지고 평가되곤 합니다. 그리고 그 차이나 다름은 서로를 공격하거나 위치를 바꾸는 것으로 화해할 수 없는 관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 사이에 예수님이 자캐오를 대하시는 모습은 우리가 편견으로 바라보는 이들을 대할 때 마지막까지 희망을 가져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줍니다. 또한 우리 마음에 회개의 기회가 주어졌을 때 용기를 내어야 하는 이유도 설명해줍니다. 홀로 나무에 오르는 부끄러움을 당해도 하느님은 그를 보아주셨듯, 그리고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셨음을 생각할 때 늦었어도 시작해야 하고 오랜 시간이 결국 진심을, 그리고 행복을 우리에게 가져올 것임을 믿어야 합니다. 


 

자캐오. 그의 작은 키는 결국 이 복음에 어떤 작용도 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의 작은 키를 기억합니다. 그러나 복음의 쓰여지지 않은 부분에 자캐오는 결국 이웃을 얻고 그와 함께 웃는 이들 속에 자리하고 있었으리라 어렵지 않게 짐작해봅니다. 우리가 그 희망을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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