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말을 듣고 있는 너희에게 내가 말한다.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너희를 미워하는 자들에게 잘해 주고, 너희를 저주하는 자들에게 축복하며,

너희를 학대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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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선언이 가난하고 아파하는 이들에 대한 하느님의 선언이었다면 오늘 복음은 그들에게 전해 주시는 예수님의 가르침이라 볼 수 있습니다. 자신에 대한 생각과 사랑에 사로잡혀 다른이들의 사정에 무관심해져가는 세상에 혹은 그들의 잘못으로 돌려 버리는 잔인한 세상 안에서 살아가는 그 다수의 불행한 이들이 자신들을 이렇게 만든 세상과 사람들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예수님의 말씀입니다. 


 

곧 그들이 하느님 나라의 주인공이 되려면 그 불행한 삶에 머무르는 것이 조건이 아니라 그런 삶에서도 어떤 자세로 세상을 사는가가 중요합니다. 원수를 사랑하고, 미워하는 이들에게 잘해 주고, 저주하는 자들에게 축복하는 것, 그리고 학대하는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은 도저히 가능할 수 없다는 것이 그것입니다. 물론 사람들은 불가능하다라고 말하고 어렵다고 말하지만 그럼에도 말씀의 내용은 우리가 한계 때문에 할 수 없는 것들은 아닙니다. 


 

어제 아침 어떤 분이 SNS에 올린 글을 읽었습니다. 교회의 80%에 해당하는 이들이 기회주의자라는 한 신자의 글을 읽으며 80% 안에 존재하는 사제로서 교우들과 글을 나누었습니다.어떤 기준이든 그렇게 보이는 대로 적은 글을 놓고 사실 여부를 따지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그렇게 보였다면 그런거죠. 그래서 이 성당에 이렇듯 힘겨운 사람들이 사라졌는지도 모릅니다. 


 

모두가 나름대로 준비하고 들어선 성전에는 사실 가난한 이도 권세 있는 이들도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물론 사람들은 서로를 잘 알고 있지만 실제 성당에서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은그리스도의 성체와 그분의 말씀 이외에 별로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의에 침묵하는 주교, 사제가 신자들에게 거짓을 남발하여 돈을 갈취하는 중이라는 말은 충격적이지만 그말의 뒷면에는 성전이 그 돈을 내 놓을 수 있는 이들로 채워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가능하겠습니다. 


 

그렇게 보면 성전에 들어선 우리는 누군가의 사랑을 받아야 할 대상이 되어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또한 누군가의 친절과 축복과 기도가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가치들은 우리가 성전에서 가장 좋아하는 말들이고 바라는 것들입니다. 우리가 존귀한 하느님을 말하며 세상의 사연들에 침묵하고 고개를 돌린 순간 우리는 준비된 이들에게 더욱 대단한준비를 요구했고 그 동안 사람들은 자신들의 처지에 따라 성전을 향한 발걸음을 멈추고 성전에 내어 놓을 것을 채우기 위해 삶의 현장에서 원수들의 미움과 저주와 학대 속에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성당에 머물고 신자들을 만나는 저는 분명 80%입니다. 80%가 아닌 20%가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이 80%가 생각과 삶의 방향을 바꾸는 '회개'가 필요한 것은 분명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바라는 친절과 축복과 기도는 하느님이 아닌 우리의 이웃에게 바래야 할 듯 합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세상에서 다가오지 못하는 수도 헤아릴 수 없는 불행한 이웃들을 성당에서함께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불행에 빠진 세상의 사람들에게 들려주시는 예수님의 이야기를 그들의 원수의 입장에서 들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인 듯 싶은 날입니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세상에 불행하지만 행복할 수 있는 이들에게 들려주신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그들의 사랑과 친절과 축복과 기도를 바라며 오늘을 살아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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