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너희를 미워하면, 그리고 사람의 아들 때문에
너희를 쫓아내고 모욕하고 중상하면, 너희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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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 보다 위험하고 나쁜 것이 '무관심'이라고 말한 때가 있었습니다. 차라리 미워하기라도 하면 돌이킬 방법이 있는데 무관심은 그야말로 대책이 없습니다. 관심 조차 없기에 그냥은 아주 괜찮은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실제는 어떤 것도 회복되지 않는 상태가 되었음을 말합니다. 
 

예수님의 행복선언은 그 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2천년을 이어온 우리의 모습은 예수님의 행복선언과는 상관 없는 모습입니다. 복음은 언제나 성당에서 아름답게 선포되고 듣는 이의 귀에 그 어느 때보다 정확하게 전달되지만 현실이라고 말하는 현장에서 이 '행복한 사람'들은 여전히 불행의 삶을 살아갑니다. 그리고 누구도 하기 싫어하는 삶의 한 가운데 자리잡은 사람들은 '죽어야만 이룰 수 있는' 행복을 바라보며 사는 시대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누구도 원하지 않는 행복을 두고 거기에 접근하지 않은 채 이 가치와 상관 있는 사람들은 서로를 공격하며 '죄'를 논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삶이 이 세상을 환하게 밝혀야 하는데 이를 피해 그림자를 좋아하는 이들은 말로 이 가치를 박제시키고, 삶으로는 간단히 밟아 버립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의 말씀을 반박하거나 싫어하는 것보다 더 나쁜 상황, 곧 '무시하는 것'이 신앙의 태도가 되어 버리는 일이 도처에서 벌어집니다. 


 

변명하기 어려운 일들은 언제나 있습니다. '알고보면 성당도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인 듯 느껴지는 일들이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고 몇 년째 '모금'에 지친 신자들이 매주 주일 미사 참례를 하는 것으로 그 압박을 받는 것은 흔한 일입니다. 만족을 모르는 우리는 결코 가난해 질 수 없는 피할 수 없는 변명으로 사람들을 몰아갑니다. 신앙의 보금자리가 이렇게 허기진 모습으로 있는데 신자들이 주님의 행복 선언의 가운데로 갈 수는 없는 일입니다. 아니면 잠시 성당을 떠나 있는 것이 좋은 방법입니다. 


 

어느 성당에서 하느님의 행복을 말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지금 현실에서 행복할 수 있는 조건이 이 세상이 마련해 준 환상이 아닌 주님이 걸어가신 그 삶이라고 말할 수 있는 우리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그러기 위해 이 행복선언은 이제 아무도 오지 않는 산 위에서가 아니라 우리 안에서 다시 선언될 이유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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