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그 불이 이미 타올랐으면 얼마나 좋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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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은 단어 자체로 많은 뜻을 지닙니다.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습니다. 무서운 것일수도 필요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주님이 불을 지르러 왔다고 하신 말씀은 신선하기도 하고 또 놀랍기도 합니다. 주님이 말씀하신 "불"은 이 세상에 정말 필요한 불이라는 의미였습니다. 주님이 이 불이 이미 타올랐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으니 아마도 이 불은 예전부터 하느님이 원하셨던 어떤 것이라봐야 할 듯 합니다. 


 

그리고 주님의 불을 잘 설명하는 것은 "분열"이라는 단어입니다. 예수님은 불을 지르러 오셨다 하고, 이 불을 타오르게 하기 위해 당신이 세례를 받아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당신은 세상에 평화가 아닌 분열을 일으키시겠다는 말씀을 하십니다. 곧 분열을 통해 이 불이 붙는다라고 연상해 생각할 수 있습니다. 
 

곧 이 불은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것을 말하고, 이 세상은 아직 불이 붙지 않은 상태이며 이 불을 위해 우리는 분열의 과정을 겪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곧 분열의 결과는 불이며 이 불은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이 말을 그리스도의 삶을 비추어 이해하는 것이 우리로서는 가장 현명한 방법입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의미하는 것은 고통만이 아니라 분열입니다.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백성 이스라엘에 분명한 분열을 일으키셨습니다. 그 분열은 사람들이 별 탈 없이 하느님을 섬겼던 사회의 평화를 깨뜨리는 일이었습니다. 


 

하느님의 백성으로 태어나는 이스라엘 사람들이지만 사회의 모습과 구조 속에 차이가 차별이 되고 힘이 센 사람부터 약한 사람까지 운명이라는 굴레로 처지를 인정하는 사회는 평화롭습니다. 가난과 질병은 타고난 운명의 저주이고 그 속에서 죽을 때까지 존중받지 못하는 것은 부모의 탓, 혹은 자신의 무능함을 인정하며 살아야 하고 좋은 지도자를 만나거나 운 좋은 기회를 얻는 것이 평생의 바람으로 살아갔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고스란히 '하느님의 일'로 둔갑해 버렸습니다. 


 

예수님은 사람들의 평화를 존재 자체로 깨뜨리셨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힘으로서가 아니라 사랑으로 일어났습니다. 버림 받은 이들이 다시 자신의 존귀함을 되찾고 굶주린 이들이 푸짐한 식사에 초대되었으며 병들어 저주스런 나날의 사람들이 하느님의 사랑과 용서를 확인받았습니다. 그들을 밟고 하느님의 축복을 말하고 교만함 속에 하느님과 자신의 윗사람에게만 겸손의 덕을 실천하던 이들이 서있던 땅이 흔들리고 자신들과 다를 바 없다고 여기는 비천한 이들에 의해 생긴 혼란이 곧 "분열"이었습니다. 


 

그 속에 예수님은 "지도자"가 아닌 스스로 백성이 된 분열의 불꽃이었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평화와 은총의 모든 것을 단 하나도 지니지 않은 채 모든 이를 행복하게 했던 그리고자신도 행복하게 살았던 사람이어서 세상에는 커다란 분열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그리스도의 불꽃은 그분을 죽여 사람들에게 강한 힘의 평화를 다시 찾으려 했던 이들이 만든 십자가의 죽음으로 사라진 듯 보였으나 부활로 다시 일어나 지금까지 사라지지 않는 불과 빛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분의 불꽃이고 그분의 햇살입니다. 


 

지금 우리는 이 불 속에 살아가고 있는지, 아니면 십자가로 그 불을 끄려 했던 이들의 가르침을 따르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우리의 모습은 불안하고 불을 발견하기가 그리 쉬운 듯 여겨지지는 않습니다. 우리의 이 평화가 하느님이 원하신 그 평화인지 우리는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 안에서 수도 없이 분열하는 뜨거운 불을 스스로 알고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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