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을 보내어, 박사들에게서 정확히 알아낸 시간을 기준으로,
베들레헴과 그 온 일대에 사는 두 살 이하의 사내아이들을 모조리 죽여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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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 없는 아기 순교자들 축일입니다. 성탄의 분위기는 기쁘지만 이어지는 축일들은 슬픔의 크기가 성탄 만큼의 깊이를 가집니다. 주님을 따르며 죽어간 스테파노의 죽음도 주님의 탄생으로 인해 죽임을 당한 아기들의 생명도 모두 '무죄한' 죽음이었습니다. 착한 사람이 죽을 이유가 되는 이상한 세상. 아무런 특징도 없는 한 아이의 생명이 권력자에게 살인을 불러오는 위협이 된 이유는 그 아이의 탓이 아닙니다. 


 

하느님의 뜻을 몰랐던 무지함보다 무서운 것은 자신들이 만든 질서를 하느님의 것과 비슷하게 여기는 사람의 놀라운 상상력과 그 속에 담긴 무서운 이기심입니다. 헤로데를 자극한 한 아이의 존재는 그 아이와 같은 목숨값을 가진 아기들의 희생을 불러왔습니다. 살인자의 신경증을 주님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은 너무한 상상입니다. 그의 권력에 대한 집착이 하느님이 자신의 자리를 노린다는 말도 되지 않는 생각으로 커졌고 그 한 사람의 욕심이 얼마나 많은 이들을 위험하게 만드는지 우리 죄의 뿌리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죽음을 당한 아이들에게 순교자라고 부르는 것은 어떤 의미를 붙이기에도 힘든 일이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이와 같은 일들이 드문일만은 아닌 것도 사실입니다. 누군가의 작은 욕심이 누군가에게는 믿을 수 없는 불행이 되고 이유도 없이 명분도 없이 희생도 아닌 살해되는 생명의 가치는 어떤 것으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 일을 만들어 냅니다. 


 

우리가 벌인 엄청한 잔인함은 아직 현재형이고 많은 이들의 눈물과 호소와 지워질 수 없는 기억으로 살아있습니다. 그럼에도 또 다른 사건이 일어나서 그 사건을 덮으려하고 의미를 붙이기에도 지저분하고 가치 없는 싸움에 매달리는 인생들의 모습으로 도배되는 세상이 지겨워지는 것이 또한 걱정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죽음에 의미를 붙이지 못하겠습니다. 그들이 죽은 것을 값진 희생이라 부르지 말아야 합니다. 그들은 주님 때문에 가치있는 죽음을 한 것이 아닙니다. 주님은 헤로데가 만들어 낸 허상이기 때문입니다. 그의 불편한 마음 하나가 만들어낸 있지도 않은 정치적 판단이 얼마나 무서운지 2천년 뒤의 우리가 잘 기억하는 것이, 그리고 이런 시도를 가능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 우리에게 중요해 보입니다. 


 

아이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지금도 그렇게 죽어가는 이름모를 존재들이 하느님의 품에 안기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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