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이 잔이 비켜 갈 수 없는 것이라서 제가 마셔야 한다면,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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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론 듣기 : https://youtu.be/qnTk_3y6R_M


 

주님 수난 성지주일입니다. 성주간의 시작이고 그리스도의 세상에서의 마지막 일주일이 시작되는 날입니다. 이날 우리는 한 주간의 모든 부분을 살피게 됩니다. 주님이 들어서신 예루살렘. 그곳에는 이스라엘의 믿음이 모여 있었고 그 중심에 성전이 있었습니다. 누구나 하느님 앞에 설 수 있었던 성전이 있었고, 그 주변에는 좋은 제물들이 즐비했고 성전에서 흘러 나오는 은총의 물에 들어서려 몰려든 병자들도 많았습니다. 


 

하느님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느껴지고 있었는지 모든 것이 드러나는 곳 예루살렘에 예수님이 들어서십니다. 그 해가 마지막이 될 줄 아셨던 예수님. 그러나 예수님이 계실 곳이 사람들 사이였기에 예수님은 그 길을 피하지 않으셨습니다. 
 

사실 2천년 밖에서 모든 것을 알면서 이 사건을 대하는 마음이 편할리는 없습니다. 주님이 가시는 길이 향하는 수난과 죽음이 늘 시야에 들어와 있기에 예수님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에 큰 불편함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고 지금껏 그렇게 교육된 것도 사실입니다. 주님의 기쁨과 그분 주변의 사람들이 느꼈던 행복을 상상하기에 가시관과 뚫려버린 손과 발, 그리고 옆구리의 상처는 너무 아프기만 합니다. 꿈처럼 지나간 반나절의 고통이 주님을 '고통받는 사람'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성지주일에 읽게 되는 두 복음의 내용 중 마음은 예루살렘 입성을 향합니다. 피할 수 없었던 것은 아버지를 향한 사랑과 사람들을 사랑했기 때문입니다. 오직 홀로 아는 길이었고, 혼자 걸어가시며 해야 할 일을 하시는 것이 예수님의 선택이었습니다. 사람들의 손에 들린 가지와 바닥에 깔린 그 옷들은 분명 환호와 즐거움을 드러내지만 그 모든 것이 바람에 쉽게 흔들리고 날려버리는 봄날 꽃잎과 같은 것임을 압니다. 그러나 그 역시 하느님을 만난 이들의 느낌이었기에 주님이 이 행복을 지켜주실 것도 분명합니다. 


 

그분을 성전으로 이끌고 우리는 그분을 잔인한 심판대에 놓게 됩니다. 주님의 정의와 사랑이 우리를 향할 때 우리는 행복했습니다. 그러나 그분으로 인해 드러나는 우리의 수치와 위선을 감추려고 우리는 우리가 행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들을 지우려 했습니다. 그분만 없다면 안전하다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분만 실제하지 않으면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과 이루어지지 않을 것에 기대어 사람들의 약함을 이용하고 자극하며 그들의 죄책감을 이용하여 또 간절함을 통해 이룰 수 있는 것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 속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소수의 이들이 그들의 말 한마디에 마구 흔들리는 다수의 사람들을 놓치지 않으려 그들의 참 행복을 선언한 한 사람을 죽이려 했습니다. 그 한사람의 피값이 모두를 위해 좋다고 말하는 대사제의 이야기가 귀와 마음을 크게 울리는 시간입니다. 
 

그럼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예수님의 마음 하나를 기억하며 올해 시작되는 성주간을 열어보려 합니다. 신자 없는 미사에서 성지가지에 성수를 뿌리고 텅빈 성당에 분향을 할 겁니다. 그러나 그 자리의 주인들은 이 분향의 향기를 받게 될 것이고, 이 성지가지를 꼭 손에 쥐게 될 것입니다. 주님이 피하지 않고 예루살렘으로 들어오셨기 때문입니다. 죽음이 기다리지만 죽으러 오신 것이 아니라 우리를 위해 오셨고 아버지의 뜻을 위해 오셨으니 꼭 그리 될 것입니다. 


 

우리를 사랑하신 그분을 맞이하는 백성들의 손에 들린 푸른 가지처럼 주님을 희망하고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사랑의 세상을 바랍시다. 그분의 세상에 우리의 옷을 깔고 손을 흔들어 맞이하여 영원한 사랑에 우리를 봉헌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러면 그 밤 홀로 아버지의 뜻을 찾아 자신을 맡겼던 예수님의 단 하루의 고통으로 굳어진 영원한 하느님의 진리가 우리에게도 찾아 올 것입니다. 


 

나에게도 이런 일주일이 주어진다면 우리는 그 길을 걸어갈 것인지 생각해본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그 길 위에서 주춤거리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길은 예루살렘으로 향해 있고 비틀거려도 걸을 수 있음을 기뻐합니다. 신나지만 두렵고 힘들지만 즐거운 길. 함께 걸어 부활을 마주하길 청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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