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선생이라고 불리지 않도록 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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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론 듣기 : https://youtu.be/56V497BK7UU


 

오늘 복음 말씀은 언제 들어도 마음 한켠을 무겁게 합니다. 꼭 그렇게 볼 필요는 없다고 스스로 말해보지만 그럼에도 말씀이 지적하는 것에서 피할 방법이 없어 보입니다. 그 이야기의 시작은 예수님이 규정하신 어떤 '자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모세의 자리에 앉아 있다."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지금의 어떤 자리라고 말하는 것보다 '스승'이나 '선생'의 자리에 있습니다. 성직자로 산다는 것을 교계제도로 구분하고 피해보려 해도 사람들 앞에 서야 하고 해야 할 직무와 함께 말로 진리를 말하고 가르쳐야 하는 점에서 하느님의 '것'을 기준으로 해야 할 분명한 자리임은 분명합니다. 그래서 그들을 비난하시는 말씀에 말을 꺼내기에도 주저하게 되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말씀에서 무게를 따진다면 그것은 '율법 학자'나 '바리사이'가 아닌 '모세'에 중요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율법 학자에게도 바리사이에게도 이 '모세'는 같은 가르침을 준 근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예수님은 '너희에게 말하는 것은 다 실행하고 지키고, 그들의 행실은 따라 하지 마라'는 말씀은 스승이라 불리는 이들에게서 모세의 가르침을 따로 떼어 놓으신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 말을 지니고 있다는 이유로 또 그것을 가르친다는 직무 자체로 존경을 받고 어떤 자리를 차지하여 누리는 이들의 행실을 예수님은 사정 없이 나무라십니다. 반성을 요구하시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있는 사실을 나열하시면서 드러내십니다. 부끄러움을 가지든 화를 내든 그것은 이 자리에 해당하는 이의 선택이지만 예수님은 그 어느 것에도 관심을 보이지 않으십니다. 왜냐하면 어차피 그 모든 것은 '필요한 감정'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잘라 말씀하십니다. 


 

"너희의 스승님은 한 분뿐이시고 너희는 모두 형제다."


 

가르치는 이도 배우는 이도 모두 형제입니다. 우리가 중심에 놓고 있는 것은 하느님으로부터 나온 것이고 이것을 지키고 전하기 위해 우리에게 생겨난 것이 교계의 모든 제도들입니다. 그 속의 핵심은 우리 모두는 한 하느님의 백성이고 함께 살아야 할 존재들로 모두가 서로를 필요로 하고 함께 사랑함으로써 하느님을 닮고 참 행복의 세상을 살게 된다는 것입니다. 


 

모든 율법은 하느님으로부터 나와 모든 이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가르침입니다. 누군가는 전해야 하고 누군가는 배워야 합니다. 누군가는 말해야 하고 누군가는 들어야 합니다. 누군가는집전을 하고 또 누군가는 참례를 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 속에 주어지는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은 모두에게 동등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전하는 이도 받는 이도, 말하는 이도 듣는 이도, 집전하는 이도 참례하는 이도 모두 같은 가치를 살아야 합니다. 같은 지점에서부터 같은 곳을 향해 살아가는 것이 신앙입니다. 우리가 모두 하느님을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게 하시면서 예수님은 수천년 동안 쌓여 있던 이스라엘의 관습들을 무너뜨리셨습니다. 


 

모두가 기억해야 하지만, 같은 깨달음 속에 누군가는 여전히 모른채하고, 또 누군가는 비난하기에 바쁩니다. 그러나 주님의 말씀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같은 말씀을 듣고 각자 해야할 판단과 실천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모세의 자리에 앉아 있는 이는 그가 스승도 선생도 아버지도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살고, 그들을 그렇게 불렀던 이들도 우리는 한 아버지의 같은 자녀라는 것에 기뻐하며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결국 이 모든 것은 아버지 앞에서 따질 일이니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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