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5일 목요일 윤삼녀 마리아 막달레나 장례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10년 전 즈음 울산 복산성당에서 주임신부로 있었던 무렵, 한 형제님의 장례미사를 아침 6시 30분에 한 적이 있었다. 그분의 장지가 영천 호국원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10년이 지나고 오늘 또다시 장례미사를 아침 6시 30분에 드린다. 유가족분들은 주임신부인 나에게 감사한다고 했지만, 오히려 감사를 받아야 할 사람들은 내가 아니라, 이 미사에 함께 해주시는 전례 봉사자들과 본당 신자분들이다.
 
한 인간이 이 세상에 나서, 살다가 떠나는 과정을 두고 삶, 혹은 인생이라고 부른다. 이 인생은 결코 단순한 한 생명체의 생성과 소멸 사건이 아니다. 한 인간의 탄생과 죽음은 한 우주의 탄생과 한 우주의 죽음과도 맞먹을 만큼 귀한 사건이고, 의미 있는 사건이다. 그래서 그 사건을 기억하고, 그 사건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사건의 의미를 발견하기 위해 인간은 아주 오래 전부터 예식이라는 것을 만들어 왔다. 천주교나, 개신교나 모두 하나의 기독교로서 세례-장례예식이 존재하는 것 또한 그 결을 같이 한다.

유가족분들 중에는 할머니와 종교를 달리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는 얘기를 들었다. 종교가 다를지언정, 그 종교들에서 행하는 예식들이 각각의 고유함 때문에 조금 다를지언정, 그 예식들에 들어가는 사람의 마음과 정성은 모두 같다. 천주교 예식으로 장례예식을 치루긴 하지만, 유가족 모두 각자의 마음과 정성을 모아, 할머니가 편히 세상을 떠나시기를, 그리고 하느님의 품 안에서 평안한 안식을 누리시기를 기도해 주시기 바란다.

엊그제 월요일 아침 일찍 연도회장님으로부터 윤삼녀 마리아 막달레나 할머니의 선종 소식을 들었다. 며칠 전, 할머니께 병자성사도 다 해드리고, 그때 전대사 기도도 다 읊어 드렸다.
3년 전, 내가 김해성당 주임신부로 발령을 받아 왔을 때, 막달레나 할머니는 따님인 헬레나 자매님과 함께 미사에 꼬박꼬박 오셨다. 그러다, 지난 해부터는 환자 영성체를 신청하셨고, 올해엔 병원에 줄곧 계셨다. 병자 영성체 때에 할머니를 찾아가면 할머니는 누워 계시다가도 침대에서 일어나 앉으셨다. 누워 계셔도 괜찮다고 해도, 할머니는 빙긋이 미소 한번 지으시면서 누운 몸을 일으켜 앉으셨다. 참 곱고 예쁜 할머니셨다.

우리 신앙인들은 이 지상에서 머물던 집이 허물어지면, 하늘에서 영원한 거처가 마련됨을 믿는다. 이 믿음에 힘입어 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천상에서 막달레나 자매님은 살아 있다고, 떠나간 사람을 기억하고, 떠나간 사람을 여전히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 막달레나 자매님은 살아 있다고 말이다. 그러니 할머니의 선종을 두고, 너무 슬퍼하지 말기를 바란다. 막달레나 자매님은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믿었다. 그리고 그 그리스도와 언제나 함께 계셨던 하느님 아버지, 자신의 삶 전체 속에서 함께 웃고, 함께 울고, 함께 아파했던 하느님 아버지를 믿었다. 하느님의 손길은 막달레나 자매님의 곁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막달레나 할머니는 이제 아주 먼길을 떠나신다. ‘저 하늘 위 거기’라고 겨우 이름 부르는 곳, 얼마나 좋은 곳이길래 그 길에 올라선 이들은 다시는 이곳으로 되돌아오지 않으려 하는 그 곳으로 가신다.

막달레나 자매님, 이제 맘 편히 주님 곁으로 떠나소서. 이 자리에 모인 모두는 영겁의 시간 속에서 잠시 헤어짐을 잠시 슬퍼하지만, 머지 않은 훗날 다시 저 하늘에서 만날 것을 믿고 희망하고 또 그렇게 알고 있으니, 맘 편히 주님 곁으로 가소서.

삶과 죽음의 주인이신 하느님 아버지, 부활한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이요, 구세주로 믿으며 영원한 생명을 희망해 온 당신의 딸, 윤삼녀 마리아 막달레나를 이제 당신 손에 맡기오니, 그의 소소한 잘못들을 너그러이 용서하시고, 그가 따스한 당신 품 안에서 안식을 누릴 수 있게 해주소서.
남아 있는 저희는 당신의 너그러우심을 본받아, 혹 있을지 모를 막달레나 자매의 허물을 용서하겠나이다.


주님, 윤삼녀 마리아 막달레나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영원한 빛을 그에게 비추소서.

죽은 모든 이들이 하느님의 자비하심으로 평화를 누리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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