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 한 줄 / 신현정 
저수지 보러 간다
오리들이 줄을 지어 간다
저 줄의 말단(末端)이라도 좋은 것이다
꽁무니에 바싹 붙어 가고 싶은 것이다
한 줄이 된다
누군가 망가뜨릴 수 없는 한 줄이 된다
싱그러운 한 줄이 된다
그저 뒤따라 가면 된다
뒤뚱뒤뚱하면서
엉덩이를 흔들면서
급기야는 꽥꽥대고 싶은 것이다 
오리 한 줄 일제히 꽥 꽥 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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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심의_군더더기 
각인(imprinting)은 저명한 동물학자 콘라트 로렌츠(Konrad Lorenz)에 의해 유명해진 개념입니다. 그는 인공부화기에서 부화시킨 새끼 오리들에게 특정한 결정적 시기(critical period, 오리들에겐 생후 13~16시간) 동안 움직이는 물체를 보여주면, 이후엔 마치 그 물체가 어미인 양 어른이 될 때까지 계속 따라다닌다는 것을 발견하고 각인현상이라 이름 붙였습니다. 로렌츠는 다음에는 자기 자신을 자극으로 보여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이 오리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로렌츠를 어미로 알고(정확하게는 로렌츠의 방수장화를 어미로 알고) 졸졸 쫓아다니는 것이었습니다.
어쩌면 우리 인간도 오리와 크게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합니다. 가짜뉴스를 퍼뜨리면 그것을 진짜라 믿고 고집하는 얼빠진 자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속으로는 민중을 개 돼지로 여기면서 겉으로는 서민과 노동자를 위하겠다고 번지르르하게 말하는 적폐세력에게 속아 그들의 주장을 지지하며 그들을 이익을 보호해주는 어리석은 자들. 잘못된 대열에서 벗어나면 죽을 줄 아는 자들... 답답하고 슬프고 걱정스런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