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지극히 거룩하신 예수 성심 대축일로서, 예수님의 거룩한 마음을 공경하며, 그 마음을 본받고자 하는 날입니다. 성화를 보면 흔히 가시관에 둘러싸인 심장으로 표현되는 예수 성심은, 예수님의 가장 깊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헤아릴 수 없는 사랑을 뜻합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신 장면을 보여 줍니다.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에 달렸던 두 사람과 달리 예수님께서는 이미 숨을 거두셨기에, 그분의 죽음을 확인하려고 군사 하나가 창으로 그분의 옆구리를 찌르자, 그곳에서 피와 물이 흘러나오는 장면입니다.
심장에서 피와 물이 흘러나왔다는 것은, 예수님께서 실제로 돌아가셨음을 보여 주는 표지이지만, 그 상징적인 의미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요한 복음의 상징 체계 안에서 물은 세례성사와 관련되어 성령을 가리키며, 피는 이미 유다인들의 전통적인 사상 안에서 생명을 뜻합니다.
따라서 십자가 위에서 당신의 심장에서 피와 물을 내어 주시는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죽음을 통하여 이 세상에 당신의 영과 생명을 선사하십니다.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인간의 생명을 빼앗는 사형 도구였던 십자가가, 세상에 성령과 생명을 수여하는 귀중한 도구로 변신하는 순간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주님께서 당신의 심장을 여시어 모든 것을 내어 주셨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주님의 십자가를 바라보는 것은 그분의 열린 심장을 바라보는 것이며, 가장 소중한 것까지 아낌없이 내어 주시는 그 마음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지극히 거룩하신 예수 성심 대축일을 맞이하여 주님의 십자가를 바라보면서 주님의 불타오르는 사랑을 우리 마음에 새겨야 하겠습니다. (이성근 사바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