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복음묵상
제1독서에서 레베카와 야곱은 이사악을 속이고 장자권, 곧 하느님의 축복을 받습니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레베카와 야곱이 마치 속임수로 에사우에게 갈 장자권을 가로챘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창세기 25장 23절에서 주님께서는 이미 레베카에게 형이 동생을 섬기게 될 것이라고 말해 주신 바 있습니다.
이 사실을 알고 있던 레베카는 주님의 뜻에 반하여 에사우에게 축복을 내리려던 이사악을 막고, 주님의 뜻대로 야곱에게 축복이 돌아가도록 만듭니다. 어떻게 보면 이사악을 속였다기보다는, 잘못된 이사악의 행위를 바로잡아 준 셈입니다. 실제로 에사우는 장자권, 곧 하느님의 축복을 빵과 불콩죽에 팔아넘길 정도로 업신여기던 인물이었습니다. 그래서 둘째였던 야곱이 축복을 받는데, 그가 바로 이스라엘의 조상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요한의 제자들은 예수님의 제자들이 왜 단식을 하지 않는지 묻습니다. 이스라엘의 올바른 이라면 누구나 하느님 앞에서 단식을 해야 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요한의 제자들에게, 신랑이 그들과 함께 있기에 ‘슬퍼할 수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단식은 하느님에게서 멀어지게 되었음을 슬퍼하며 행하는 참회의 표지였는데, 예수님 당신을 통하여 이미 혼인 잔치, 곧 메시아 시대가 열렸고, 혼인 잔치의 신랑인 메시아가 그들과 함께 있으니 굳이 슬퍼할 필요가 없다는 말씀입니다.
그러면서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그들도 곧 신랑을 빼앗기게 될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때가 되면 제자들은 단식하게 될 것입니다. 슬퍼할 것입니다. 그러나 새로운 포도주는 새 가죽 부대에 담길 것이기에, 예수님의 제자들은 구약의 백성이 슬퍼하듯이 그렇게 슬퍼할 필요는 없습니다. 신약의 백성은 비록 신랑을 빼앗겼지만, 그 신랑을 곧 되돌려 받을 것입니다. 아니 그 신랑과 영원히 함께 살 것입니다. 그렇게 다시는 단식하지 않는, 영원한 생명의 빵을 배불리 먹고 마시는 그런 시대를 살아갈 것입니다. (염철호 요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