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복음묵상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새로운 계명으로 제시하시는 것은, 보복과 앙갚음에 대한 내용입니다. 십계명 안에 들어 있지는 않지만 탈출기에는 처벌에 대한 규정이 있습니다. 
“목숨은 목숨으로 갚아야 하고,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손은 손으로, 발은 발로, 화상은 화상으로, 상처는 상처로, 멍은 멍으로 갚아야 한다.”(탈출 21,23-25)는 것입니다. 
이 율법은 동방의 고대 법전들에서 보이는 탈리온 법의 원칙을 규정합니다. 손해를 본 그대로 되갚아 주어야 한다는 것인데, 율법에서는 그대로 갚아 주라는 것보다는 처벌의 정도가 손해를 본 정도를 넘어서면 안 된다는 것이 요지였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이런 정의에 입각한 사고방식 대신 사랑에 입각한 새로운 사고방식을 요구하십니다. 자신이 입은 상처는 똑같이 되갚을 때 극복되는 것이 아니라, 인내하고 용서할 때 극복될 수 있다는 말씀입니다. 상처받은 사람이 똑같은 무기로 보복을 하는 곳에는 악의 세력이 활개를 칩니다. 그러나 인내하는 사랑과 용서 앞에서는 그 힘을 잃어버립니다.
예수님께서는 앙갚음하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 세 가지로 설명하십니다. 오른뺨을 치거든 다른 뺨마저 돌려 대고, 속옷을 가지려는 자에게는 겉옷까지 내주고, 천 걸음을 가자고 강요하거든 이천 걸음을 가 주라고 하십니다.
세상의 눈으로 보면 참 바보 같은 논리입니다. 예수님께서 요구하시는 것이 온갖 사리분별을 포기한 채 남에게 이용당하기만 하는 바보로 살라는 것인가 싶습니다만, 이 모든 예가 보여 주는 것은 앙갚음하지 말라는 가르침입니다. 신앙인들이 가져야 하는 새로운 사고방식과 사랑의 힘으로 악을 대적하는 자세를 요구하시는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가 말한 대로 “악에 굴복당하지 말고 선으로 악을 굴복시키”(로마 12,21)도록 힘을 내는 하루가 됩시다. (이성근 사바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