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피스위버(peace we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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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 시간이 있을 줄 알았다
요즘 시를 많이 읽습니다.
이상한 일입니다.
긴 글이나 천마디 말보다 짧은
시 하나가 새로운 깨달음을 줍니다.
얼마 전 김상기씨의
“아내의 묘비명”이란 시집을 샀습니다.
낯선 작가지만 한 두 개의
시를 읽고 바로 샀습니다.
읽으면서 여러 번
눈물을 흘렸습니다.
목이 메였습니다.
아내를 잃은 분이 불쌍해서 그랬고,
돌아가신 부인은 어땠을까
생각하면서 그랬습니다.
여러분은 아내에게 잘 하고 계시나요?
혹시 집안의 가구처럼
부인을 보고 계시지는 않나요?
그렇다면 이 시를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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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있을 줄 알았다 (김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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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있을 줄 알았다
실점을 만회할 시간
잘못을 돌이킬 수 있는 시간
시간이 정말 충분한 줄 알았다
네가 나보다 십 년이나 젊고
여자는 남자보다 또 십 년은 더 사니까
내가 얼어 죽을 직장을 그만두고
일 핑계로 잊고 산 가족을 돌아볼 시간이
적어도 일이십 년은 더 주어질 줄 알았다
나는 보답하고 싶었다
나에게 잡혀 하늘을 날지 못한 네 젊음과
자식들에게 묶여 꽃피우지 못한 네 꿈을
늦게나마 조금이라도 보상해 주고 싶었다
나는 너에게 일생
숱한 실수를
되풀이하며 살았지만
내 최악의 잘못은
우리 목숨을 단순 덧셈뺄셈으로
바보처럼 예단한 일이다
하루 앞도 모르는 미물 주제에
삼라만상의 지배자인 시간을
멋대로 재단하고
결코 오지 않을 미래에
무책임하게 당장 할 일들을 미뤄 놓았다
나는 우선 하늘로부터 용납이 되지 않고
누구보다 나 자신에게 용서를 구할 수가 없는데
무엇이든 내 잘못을 무조건 덮어주던
단 하나 관용의 천사가 이젠 나를 떠났다
어떠셨나요?
세상에서 제일 슬픈 일은
배우자를 잃는 것입니다.
친구들 중 몇 명이 상처를 했는데
정말 할 말이 없었습니다.
만일 아내가 이 세상에 없다면…
정말 상상조차 하기 싫습니다.
이 시를 읽으며 아내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아내가 있는 곳이 가정입니다.
아내는 '안해의 준말'입니다.
'내 안에 있는 해(태양)'란 말입니다.
아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
이곳이 천당이고
아내와 사이가 나쁘면
이곳이 지옥입니다.
이 세상에서 아내 라는 말같이
정답고 마음이 놓이고 아늑하고
편안한 이름은 없습니다.
오래 전 영국에서는 아내를
피스위버(peace weaver)라고 불렀습니다.
'평화를 짜는 사람'이란 말입니다